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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25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열린 ‘한-사우디 특화 제약단지 조성’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 서명식 장면. 정부가 ‘2억달러 규모’라고 발표한 한-사우디 제약단지 사업은 일동제약의 항암제 공장 건설 중단으로 크게 축소됐다. 왼쪽부터 이정치 일동제약 사장, 문형표 복지부 장관, 야세르 알 오바이다 에스피시 사장.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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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의료수출의 그늘’] ① 화려한 의료수출 발표의 민낯
박근혜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중인 ‘의료수출’ 사업의 상당수가 이렇다 할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겨레>가 2013년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보건복지부의 의료수출 관련 공식 발표 60여건(보도자료 배포 건수 기준)의 진행 경과를 분석해보니,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주요 의료수출 사업은 현재 진척이 없거나 애초 발표에 견줘 크게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사여부 불투명 민간사업정부, 실적 포장에만 급급
주요사업 후퇴·축소 ‘부실’
업계 “MOU 상당수 행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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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론 2년째 2조대 ‘제자리’민간 제약사 의약품 수출 MOU도
2013년 발표 뒤 성과 검증안돼
정부는 “지금 성과 말하는 건 일러” 제약 분야의 의료수출 중 특히 규모가 큰 ‘제약 플랜트(공장) 수출’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 제약 플랜트 수출은 국외 제약사 등과 손잡고 현지에 직접 의약품 제조시설을 짓고 기술이전료 등을 받는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6월25일 복지부가 발표한 ‘한-사우디 특화제약단지 조성’이다. 이는 사우디 제약사 에스피시(SPC)가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한국 제약사 4곳과 사우디에 항암제와 수액제 등 모두 4개 의약품 공장을 5년 안에 짓는다는 내용이다. 복지부가 에스피시와 맺은 투자협력 양해각서를 보면 에스피시는 “사우디 최초 항암제 생산 회사가 되겠다는 사명을 띠고 설립된 제약회사”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위해 직접 ‘정부-민간기업’ 간 양해각서까지 맺었지만, 핵심 분야인 일동제약의 항암제 공장 건설 건이 올해 초 중단돼 애초 계획이 크게 틀어졌다. 현재 4개 공장 가운데 그나마 추진 가능성이 남아 있는 분야가 수액제 공장 하나인데, 정식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23일 복지부가 ‘한-아랍에미리트’ 정부 간 협력 강화와 함께 소개한 녹십자의 현지 백신공장(400억원 규모) 설립 건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녹십자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업과 관련해 아직까지 진행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민간 제약사 의약품 수출 양해각서 체결’ 발표는 좀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분야다. 복지부가 2013년 11월7일을 비롯해 서너 차례 거듭 발표한 고려제약과 에콰도르 엔파르마사 간의 ‘18개월 동안 1억달러 이상 수출’ 양해각서 체결 건은 여전히 실제 수출은 물론 정식 계약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당시 “2014년 3월 에콰도르 시판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기평 고려제약 부사장은 24일 “계약을 추진중에 있으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그 시점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제약 분야 수출 양해각서의 상당수는 일종의 행사용”이라며 “정부가 의약품 수출이나 제약 플랜트 진출을 공식 발표해주면 주가가 뛰니 제약사로서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 의료기관이나 제약사의 국외 진출을 도우려면 이처럼 ‘안 되면 말고 식’ 성과 과시보다 해당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 등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인순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사우디 등과 벌인 보건의료협력사업의 상당수가 실질적 중단 상태에 있는 만큼,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한-사우디 의료 쌍둥이 프로젝트 등 국외 의료수출 관련 사업의 상당수는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현재도 진행중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 성과를 말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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