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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에 문을 연 우리들병원 두바이센터. 사진 우리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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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의료수출의 그늘’] (2) 민간 노력에 숟가락 얹는 정부
“중동에 처음 진출한 게 언제인가.” “아랍에미리트(에미리트) 국영기업 무바달라와 처음 병원 수출 계약을 맺은 게 2008년 9월4일, 실제 진출은 2011년 2월이다. 이와 별도로 2012년 5월23일 아부다비 보건청과, 2014년 5월30일 에미리트 군병원과 각각 환자 송출 계약을 맺었다.” “중동 의료수출을 추진할 때, 한국 정부는 어떤 지원을 제공했나.” “없다. 모두 우리가 스스로 개척한 거다.” “의료협력에 관한 정부 간 협력이 민간 의료기관의 중동 진출에 일정하게 도움을 줬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다른 데는 몰라도 우리는 아니다. 정부 도움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지난해 5월까지 대한병원협회 보건의료수출위원장을 지낸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은 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국외 진출 과정과 관련해 “정부한테 받은 도움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들병원은 2008년부터 중동 의료시장에 눈을 돌려 2011년 2월 두바이센터의 문을 열었다.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와 보건의료협력 양해각서를 맺으며 중동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 3월이다. 의료수출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정부가 민간 의료기관의 국외 진출 사례에 뒤늦게 ‘숟가락’을 얹는다는 불만이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에 시작한 ‘한-사우디 의료 쌍둥이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해 6월25일 ‘한-사우디 제약단지 조성 사업’ 등 정부 주도의 주요 의료수출 사업이 삐걱대자, 정부가 민간 의료기관의 성과에 몸을 싣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상호 회장은 “정부가 서울대병원의 아랍에미리트 진출에 일부 도움을 준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 우리와 아랍에미리트에 가 있는 ㅂ병원은 정부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 ‘의료수출 성과’나 ‘제2의 중동붐’ 사례로 꼽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 아랍에미리트 진출지원 한번 않고 ‘의료외교 성과’ 발표
병원은 “도움 전혀 받지 않아” 강남세브란스, 카자흐 진출도 비슷
분당서울대병원 사우디 계약도 논란
복지부 “어려움 극복에 정부도 노력” 중동 의료수출과 관련한 과거 복지부 발표에는 우리들병원의 두바이 진출이 정부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민간 병원의 성공모델 등으로 소개돼 있다. 우리들병원이 두바이센터 등을 통해 국내로 끌어들이는 아랍에미리트 환자를 두고도 복지부는 ‘정부의 성과’라고 홍보했다. 복지부는 2013년 12월16일 “그동안 중동 국가와 정부 간 협력(‘의료외교’)을 통해 중동 정부 국비지원 환자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며 우리들병원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두바이센터에 예약 환자가 2개월 정도 밀려 있을 정도로 많아지자 현지 환자가 한국의 우리들병원을 직접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8일 “한국 의료시스템, 카자흐스탄 진출 쾌거”라며 발표한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국외 진출 건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 다르다. 이는 강남세브란스의 기술력으로 카자흐스탄 국립 알파라비대학에 건강검진센터를 여는 내용의 의료시스템 수출 사업이다. 당시 복지부는 “이번 검진센터 개소는 2014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순방에 따라 이뤄진 후속조치로서 양국의 보건의료 분야 대표적인 협력 사례”라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 쪽에서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 “정부와 병원의 긴밀한 협력이 (검진센터 개소의) 원동력”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을 잘 아는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이 아주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부는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며 “해당 프로젝트는 강남세브란스가 이미 2012년 카자흐스탄 쪽과 양해각서를 맺고 꾸진히 추진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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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8일 개소식을 한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카자흐스탄국립대 건강검진센터. 사진 연세의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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