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04 18:16 수정 : 2005.10.05 13:56

알츠하이머 증세로 의심되는 등 기억력 장애의 정도가 병적일 경우, 뇌자기공명영상검사를 통해 혈관성 치매와 뇌 위축 정도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백병원 뇌건강클리닉 제공

■ 뇌건강과 기억력 장애

중견회사 관리과장으로 일하는 김아무개(44)씨는 최근 깜박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거래처와 한 약속을 곧잘 놓치는가 하면, 서류를 어디에 뒀는지 한참 찾아 헤매는 일도 생기게 됐다.

김씨는 40대 중반에 벌써 치매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런 나머지 병원을 찾아, 기억력을 측정하기 위한 신경심리검사는 물론 값비싼 뇌자기공명영상검사까지 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불편’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기억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김씨는 긴장 상태를 이완시키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받기로 했다.

서울백병원 뇌건강클리닉 정재면 교수는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단순히 노화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건강상태, 영양상태, 뇌의 이상, 심리적 불안감, 우울증세 등도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억력 장애는 흔히 치매라고 불리는 뇌의 퇴행성질환인 알츠하이머 이외에도 여러가지 원인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관성 치매라고 하여 뇌졸중이 기억력 장애로 발현될 수도 있고, 가성치매라 하여 우울증에 의해 기억력 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또 신경매독 등에 의한 뇌 감염, 갑상선 기능 저하증, 특정 영양소의 부족 등에 의해서도 기억장애가 발생한다.

정 교수는 “김씨처럼 40~50대 연령층의 경우 검사상으로는 동년배 수준의 기억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기억력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마음을 편히 먹고 활기차게 생활하다 보면 기억력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본인 스스로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에서는 ‘멀쩡한데 괜한 걱정 하지 말라’고 할 때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남들로부터 ‘너 요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행성 변화에 의한 기억력 장애로는 병적이지 않은 기억력 장애와 병적인 기억력 장애가 있으며, 기억력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노년기 공포의 대명사인 알츠하이머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므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퇴행성질환 치매가 대표적
스트레스·우울증 때문에도 기억력 나빠질 수 있어
지나친 걱정은 말아야

기억력 장애는 크게 연령 관련 기억장애, 경도인지기능장애, 알츠하이머 등 3가지로 분류되는데, 설사 알츠하이머로 판명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연령 관련 기억장애는 50살 이상이 일상생활을 할 때에 젊은이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짐을 호소하는 상태이지만 기억력 외에 다른 인지기능이나 지적 능력은 보전되어 치매의 증거는 없는 것을 말한다.

경도인지기능장애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으나 최근에 획득한 기억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고, 정상인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상태를 말한다. 이런 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은 절반 정도가 4년 이내에 알츠하이머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경도인지기능장애 환자가 알츠하이머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는 드물지만 40대에서도 발병할 수 있으며, 65살에서 85살 사이에서는 나이가 5살 증가할 때마다 2배씩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병의 진행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경증 단계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가 힘들지만 이전의 기억들은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고, 뚜렷한 이유없이 성격이 변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며, 주위환경이나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적어지기도 한다. 물건을 잘못 두기도 하고 운전을 하여 길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나 일반적으로는 업무를 수행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등도 단계에 접어들면 길을 자주 잃어버리고, 불안·초조·망상 등 정신적 증상도 나타나는 등 주변 사람들에 의해 뚜렷하게 이상이 관찰된다. 중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잃고 일상생활도 대부분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익숙한 주변 사람이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정 교수는 “뇌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운동 등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뇌를 건강하게 하고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특히 기억력 장애를 예방하려면 나이 들수록 남들과 적극적으로 교제하면서 즐겁고 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