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3 15:46
수정 : 2015.06.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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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에 가득찬 세상을 16살 소년의 눈으로 묘사
그 세상에서 여동생을 지키려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자처해
소박한 샌드위치 차림에서 경건함보다는 깊은 상처가 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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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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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소식하는 편이다.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이렇게 말라비틀어졌다. 사람들처럼 탄수화물이며 쓰레기들을 많이 먹으며 체중이니 뭐니 늘리는 그런 식이요법을 나도 해야 하지만 그래 본 적이 없다. 밖에 나가면 보통 샌드위치 하나와 몰트 밀크 한잔을 먹을 뿐이다. 몰트 밀크(말린 엿기름과 밀가루 전지분유를 섞은 가루)에는 비타민이 아주 많다.”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감독, 배우 등 예술가는 물론이고 존 레논 암살범 같은 테러범의 책꽂이에도 꽂혀 있는 미국 소설이다.
매키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1951년 발표된 이 작품은 미국 동부의 사립학교에서 퇴학당한 16살 소년 홀든 콜필드가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며 허위로 가득 찬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1인칭 독백으로 풀어간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세상을 조롱하는 홀든의 독백은 눈에 쏙쏙 들어온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가식적인 어른들의 세상에 맞서 자신의 여동생인 피비를 포함해 순수한 아이들이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겠다'는 주인공의 신념을 뜻한다.
세상에 맞서 순수를 지키겠다는 주인공은 구도자처럼 소식한다. 1950년대는 미국의 대호황시기다. ‘고기가 힘’이라는 편견이 절대적 진리로 통하던 시절 주인공의 소식은 일단 별나보인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한스미디어 펴냄)에서는 치즈를 넣은 소박한 샌드위치와 뜨거운 차로 이뤄진 파수꾼의 식탁을 재현했다.
조촐한 식탁은 구도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러나 구도자의 경건함도, 건강함도 부족해 보인다. 겉으론 센 체하지만 누구와도 소통이 어려운 상처투성이 소년의 피곤한 얼굴을 보는 것 같다. 늦은 밤 학원을 전전하며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는 우리 청소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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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 등의 세계 명작 소설 50편에서 묘사한 식탁의 모습을 재현해 문학의 향기를 맛의 원소로 환치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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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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