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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5 14:44 수정 : 2015.06.05 17:57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종합병원 의사도 몰랐던 의심환자 내원…격리조치 등 초동대처 실패
“정보공유 없이 환자 가려내기 어려워”…“병원 공개” 커지는 목소리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내원했던 병원의 의사가 이 환자의 내원 사실을 모른 채 3차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늦기 전에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의사가 14번 환자와 접촉한 뒤 29일 증상이 나타났고, 31일 격리되기까지 이틀 동안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조합총회와 의료 심포지움 등에 참석했다”며 “그만큼 전파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서울시는 3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보건복지부에 적극 대책을 요구했지만 참석자를 수동감시하겠다는 의견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격리시설에 수용중인 이 의사는 <프레시안>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1일 전에는 메르스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였다”며 “31일 아침 내가 진료했던 색전증 환자가 메르스 환자(14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대상이 되어 있어 처음으로 내가 메르스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알러지 비염 증상이 있어 더욱 메르스 증상을 의심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가래와 고열 증상까지 나타난 31일 근무하는 병원 질병관리실에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담당자는 처음에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말했다.

■ 의사조차 몰랐던 의심환자 방문

박 시장의 기자회견으로 이번 사례가 알려지면서, 우선 의료진조차 메르스 의심 환자가 들렀는지 아닌지 모르게 내버려 둔 보건복지부의 ‘깜깜이 행정’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네이버 뉴스 댓글에는 “의사도 정보 부족으로 인식조차 못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나.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보건복지부를 어찌 이해할 수 있나”(minj****) “14번 환자 병원 내 동선에 따라 접촉자들이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준비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사가 지금 응급실 안에 14번 환자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는 변명인가?”(iamv****) 등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3차 감염은 모두 ‘의심 환자’임을 몰랐던 2차 감염자들에게서 발생했다. 5일 아침 7시 현재(확진자 41명)까지 발생한 3차 감염자는 모두 8명이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1차 환자에게 감염됐던 14번 환자와 16번 환자가 모두 감염 의심을 하지 못한 채 다른 병원을 거치면서 3차 감염의 원인이 됐다.

14번 환자의 경우, 지난달 27일 시외버스를 타고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로 이동했고, 터미널에서 119 구급차를 타고 이 대형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이 과정에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하던 문제의 의사(35번 확진자)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같은 응급실을 방문했던 41번 확진자에게도 전파됐다.

16번 환자의 경우, 평택성모병원을 나온 뒤 22~30일까지 대전 등에서 두 곳의 병원을 추가로 거치면서 이 두 병원에서만 6명(23번, 24번, 30번, 31번, 36번, 38번)의 감염자를 냈다. 모두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들이다. 이 가운데 36번 확진자는 3일 사망했다.

■ 초기대응 엉망, 의료진 정보 공유조차 실패한 당국

이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번과 16번 환자 모두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발병자와 동일한 입원병동에 있었다. 보건 당국은 같은 병실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의심환자로 간주하지 않았던 환자들이다. ‘격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부터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발병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는데도 메르스로 확진된 사례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최초 발병자가 확진된 20일부터 29일까지, 의심 환자들이 대거 다른 병원이나 지역사회로 비격리된 채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보건당국이 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3차 감염을 보다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발생 병원 명단이 공개되면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보 공개를 꺼려 왔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3일 “정부가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료진들이 메르스 환자를 가려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적어도 의료진에게라도 감염 병원을 공개해 환자의 이전 병원 방문 기록을 살피고 스스로 접촉 여부를 신고하도록 했다면, 이번 사례처럼 의사가 30일 열린 대규모 조합총회 등에 참석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의료진이 격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 하지만 조회하는 의료진 역시 직접 정보를 조회하는 대신, 보건소를 통해 조회된 답만 듣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 2일의 일이다.

“결국 정보 비공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5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어느 병원에 있느냐 없느냐 말을 안 하니까 온 동네에 다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라며 “공개를 안 하니까 보호되는 게 아니라 더 피해를 입는 거다. 비체계적인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5일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에서는 “환자가 병원에 온 즉시 내원했다는 정보가 공개됐다면 적어도 의사가 뒤늦게 접촉 가능성을 인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공개해 사람들이 자신의 접촉 가능성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선 의사분들에게도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면 이미 우리 사회는 늦은 것” “저 의사인데 해당 부서에 전화해도 (내원 정보를) 안 알려준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 메르스 감염, 개인의 ‘무개념’ 탓 아냐

감염을 개인의 ‘무개념’ 탓으로만 돌리는 분위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총회 등에 참석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높였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의사는 5일 인터뷰에서 “(증상을 알고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만큼) 무개념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31일 아침 가래가 나오기 시작해 엄격한 자가 격리를 시행했으며 2일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밀접접촉자인 아내조차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킬 개념 없는 사람처럼 매도돼 분통이 터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의도한 게 아니라 억울하다는 해명은 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환자와 접촉한 뒤 여기저기 돌아다닌 건 부정할 수 없다”(네이버, larr****) “애초에 응급실에서 치료한 색전증 환자는 격리대상으로 지정되었는데, 치료한 의료진은 격리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스스로 격리조치 취한 의사는 억울하겠지만 서울시에서 공개한 건 적당하다고 본다”(sunn****) 등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5일 페이스북에서 “의사는 감염사실을 모른 채 통상 진료에 나섰고, 증세가 발현한 것은 31일이다. 잠복기 동안 감염력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낮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다. 특히 개방된 장소인 행사장에서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더욱 적다”며 “언제 메르스 환자를 만날 지 모르는 위험 속에 환자를 진료하며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있는 의사가 사실이 아닌 일로 매도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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