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2주 연속 ‘친절한 기자들’에 등장했습니다. 지난주 기사를 못 보신 분들도 있으니, 자기 소개를 하자면 의료전문기자로 일하고 있고 매일 메르스 기사를 쓰는 김양중입니다. 메르스, 말만 들어도 많이 겁나시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도 그렇고, 백화점에 쇼핑 가기도 그렇고, 웬만큼 아프지 않다면 병원 가기도 망설여지고요. 저도 메르스 때문에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 ‘메’ 소리만 들어도 이제 화가 날 정도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라니 바로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녀들이 학교 등교를 거부당하는 의사들도 있다고 해서 참고 쓰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수가 84명이 늘어 12일 오전 기준 총 126명이 됐습니다. 사망자도 10명을 돌파했고요. 우리나라에서 최고 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쳐 간 사람들 가운데 메르스 환자가 60명이나 나오고요. 가볍게 볼 만한 상황은 아니네요. 물론 메르스에 걸렸어도 별탈 없이 퇴원한 사람도 7명이고 앞으로 이 수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지난주 ‘친기자’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되어 설명을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보내는 답장으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어쩌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살게 된 메르스 바이러스야! 그사이 참 많이들 번식하면서 잘 지내고 있지? 많은 사람들을 숙주 삼아 한국에 눌러앉을 생각에 즐겁기도 할 것이고. 중동 지역이 아닌 한국에서 유행한다고 이름을 ‘코르스’로 개명한다는 소문도 있더라. 그런데 우리 사회가 너희들 때문에 얼마나 큰 혼란을 겪고 있는지는 잘 알지? 너희들이 어떤 사람에게 옮겨 살고 있는지 찾으러 다니는 역학조사관들이 숙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고생하는지도 잘 알 것이고. 첫번째 유행 병원이던 평택성모병원은 입원 환자들에게 퍼져 추적하기가 그나마 나았는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들락날락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격리 대상자 선정하기도 힘들었단다. 결국 격리되지 않은 일부 사람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너희들을 전파시켰단다. 이런 전파가 어느 병원에서 일어나고 또 얼마나 계속 반복될지 너희들이 답을 주면 좋으련만. 사실 국내 최고 의료 수준이라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런 감염 전파가 나타난 것은 국내외적으로도 창피한 일이라서 말을 꺼내고 싶지는 않구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옮은 사람들은 이제 감소 추세에 있으나, 전국에 퍼져 있는 다른 병원들로 간 너희들을 추적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가 돼 버렸다. 이제 전국 여러 곳으로 너희들이 분산해 이사 간 소식을 계속 전해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 너희들과 만나 벌써 10명 넘게 숨지기도 했는데, 이 수도 계속 늘겠지? 숨진 사람이 암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등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들이었다고 변명할지 모르겠지만, 너희들을 만나 삶이 단축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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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 사회정책부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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