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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그룹 ‘동방신기’의 콘서트가 열리기에 앞서 행사 진행요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전파 방지를 위해 관람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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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커녕 곳곳 ‘지뢰밭’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리라던 지난 주말이 지나기도 전에 ‘4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 의심환자도 잇따르면서 메르스가 오히려 맹위를 떨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한 사설 구급차 운전자가 지난 5~6일 76번 환자를 한 대학병원에 이송해주는 과정에 메르스에 전염돼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76번 환자(75)는 지난달 5월27~28일 지병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14번 환자(35)한테서 메르스에 감염된 3차 감염자이다. 133번째 확진자가 된 이 운전자(70) 사례는 메르스 발생 이후 첫 ‘4차 감염’인 동시에 병원 밖 전염이어서 메르스 3차 유행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운전자와 동승한 환자(55·137번)도 12일 확진 판정을 받아 4차 감염은 2명으로 늘었다. 대책본부는 전염이 구급차 안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병원 안 감염’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은경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구급차 안 감염이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병원과 병원을 연결시켜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노출된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감염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메르스 환자가 불특정한 다수를 전염시키는 ‘지역사회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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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번 환자 대학병원 이송과정
운전자·동승자 감염 확인 감염경로 불명확 또…
126번 평택굿모닝 간병인환자
“14번 환자 입원 중엔 일 안 했다” 감염 모른 채 불특정 다수 접촉
143번 대청병원 컴퓨터 작업자
열흘 간 택시 타고 음식점 이용
포항의 교사 환자도 5일간 수업 그러나 경기 평택 지역에서 감염된 두 환자의 경우 뚜렷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6번 환자(70·여)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지만,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지난달 25~27일에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0일 확진된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35)는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을 방문했지만, 52번 확진 환자(54·여)가 이 병원을 들르기 이전에 다녀간 것으로 밝혀져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대책본부도 이날 “박애병원 의무기록과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119번 환자와 52번 환자) 두 사람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4차 감염과 병원 밖 전염에 대한 우려는 자신이 감염된 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해온 3차 감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더 커지고 있다. 16번 환자(40)가 입원했던 대전 대청병원에서 컴퓨터 관련 업무를 한 143번 환자(31)의 경우 지난 2일부터 발열 증상이 있었음에도 열흘 동안 택시를 타고 회사를 출근하고 음식점에 들르는 등 수많은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 경북 포항의 한 고교 교사인 131번 환자(59)는 지난 1일부터 몸살 등으로 포항과 경주의 병원 네 군데를 들렀는가 하면 닷새 동안 재직중인 고교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자신이 메르스 감염자인 줄 모르고 발병한 상태에서 병원뿐 아니라 회사·학교 등 지역사회에서 수백명과 접촉해 ‘제3의 슈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만 55번·76번·89번·90번·98번·115번·131번·137번·143번 등 9명에 이른다. 이들이 접촉한 사람들이 격리 대상에서 해제되려면 가장 늦게는 이달 26일이 지나야 한다. 여전히 곳곳이 지뢰밭이어서 메르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인 것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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