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5 14:37
수정 : 2015.06.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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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로 가축인 낙타 박쥐와 접촉해 메르스 발생
미국의학한림원, 환경파괴를 신종 전염병의 원인으로 꼽아
환경파괴 계속되고 있어 인간 동물 공통 전염병 계속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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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중부의 콩고 분지는 아마존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열대우림 지역이지만 중국의 가구 기업들이 남벌하면서, 콩고 분지는 크게 황폐화하고 있다. 파괴된 숲에서 살던 야생동물이 인간 주거지로 접근하면서 메르스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한다. A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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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최초 발병후 20일이 지났지만 주춤하는 기세도 없이 감염자와 사망자를 매일 늘리면서 전국으로 확산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많은 질병관련 기구들은 바이러스의 창궐을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비행기 이동 수단이 발달해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퍼질 수 있는데다 신종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신종 바이러스는 왜 자꾸 생겨나는 것일까?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발병 이후 열린 미국의학한림원(IOM) 워크숍은 전염병의 발병 원인을 크게 △도시화 △글로벌화 △환경파괴 △미생물의 변이 4가지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계 파괴다.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도시화가 진행된 것은 중세 이후, 무역과 여행객의 증가 역시 1800년 이후 지속돼 왔다. 바이러스의 변이 역시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다.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처럼 두 줄의 염기서열로 이뤄진 DNA가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변이가 자유로운 한 줄의 염기서열인 RNA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신종 전염병의 중요 원인이며 전염병 방제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두 대륙에 걸쳐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낸 대규모 전염병(판데믹)은 대부분 동물과 인간이 공통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메르스 역시 가축인 낙타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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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막의 낙타가 어둡고 습한 곳에 서식하는 박쥐와 접촉한 이유는 환경파괴 탓으로 분석된다. 박쥐가 서식처가 파괴되면서 먹을 것을 찾으러 인간 주거지까지 접근하면서 낙타에게 관련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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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함께 사는 가축인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것은 야생의 박쥐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된다. 박쥐는 이미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각종 전염병을 퍼뜨린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출현한 세계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인 에볼라, 마르부르크, 헤니파, 유사광견병 바이러스 보유 동물에는 모두 박쥐가 포함돼 있다. 전세계 200종 이상의 박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등 15개 과 이상의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인간에 길들여진 낙타가 이처럼 박쥐와 접촉하게 된 것은 사람들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급속도로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즈가 밀림이 파괴되면서 원숭이와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촉발된 것과 비슷한 이유다.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해 1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니파바이러스 사태는 환경파괴에 따른 박쥐의 서식처 변경에 따른 바이러스 창궐의 좋은 예다.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큰박쥐들이 숲의 파괴로 먹이가 부족해지자 대규모 양돈농장 주변에 심은 과일나무로 몰렸고 돼지가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돼지의 유통 경로를 따라 인간에게 퍼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해 100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1918년 5천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스페인 독감도 비슷한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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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박쥐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에볼라의 최대 피해국인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 에볼라 치료센터의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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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바이러스의 백신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을 바이러스 가운데 인간이 그 정체를 아는 것은 1%가 안된다는 것이 학계의 추정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전염력을 가진 또다른 바이러스가 지금도 인간의 손에 파괴 중인 원시자연 속에서 인간과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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