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8 16:15
수정 : 2015.06.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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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전파력 일반 마스크로 못막는다"고 괴담 돌아
전문가들 "메르스 통제가능하고 마스크로 충분" 맞서
SNS에서의 진실 대결, 결국 정부 당국의 낮은 신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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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지나도록 수그러들지 않는 메르스는 다양한 괴담을 양산하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모습과 뭉크의 절규를 합성했다. 위키미디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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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적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공포다.”
거의 모든 전쟁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대사가 메르스 광풍 덕분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정부가 일반 시민을 속이고 있고 일반 마스크로는 메르스를 막을 수 없다는 따위의 괴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단체 대화방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이런 괴담은 나름의 설득력을 얻으며 SNS를 통해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최근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의사의 말을 옮겼다는 한 괴담(찌라시)이 대표적이다. 그 내용은 △병원에 가지 마라 △정부에서 환자의 수를 속이고 있다 △메르스의 전파력이 강해 일반 마스크로는 감염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의료계가 패닉에 빠졌다 등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괴담에는 “분당서울대병원에 현재 메르스 환자가 3명인데 언론에는 언급이 없다. 웬만한 병원에는 몇 명씩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병원에 아예 가지 마라, 정부 발표는 전부 축소 거짓 발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몇몇 언론이 분당서울대 병원에 확인해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분당서울대병원쪽은 “우리 병원 내 확진판정과 의심환자까지 합쳐 4명이 있었지만 모두 완치되거나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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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현 상황은 일반인들이 일반 마스크로 메르스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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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괴담에 맞서 전문가들이 주로 SNS를 통해 메르스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메르스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전파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대 김익중 교수(미생물학)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갈무리해놓은 글이 그런 내용이다. 메르스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잘 정리한 이 콘텐츠는 괴담처럼 단체 대화방을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개인의 견해가 널리 전파되는 것은 그만큼 누리꾼들이 메르스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메르스의 치사율이 40%까지는 아닌 것으로 봤다. 40%가 중동에서의 통계치이고 한국에서는 약 10% 정도(혹은 이내)로 분석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다른 질환이 있는 쇠약한 환자들이었으며, 건강한 사람은 충분히 완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파력에 대해서도 환자와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해야 발병한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발병자가 모두 병원감염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전파력이 이보다 조금 더 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이 정도의 전파력이면 문고리 등 손이 닿는 곳을 잘 소독하고, 외출시에는 손을 자주 씻거나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찌라시에 돌고 있는 일상생활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N95같은 특수한 마스크는 필요하지 않고, 일반적인 마스크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https://www.facebook.com/nonukekimikjung/posts/844997342246048?pnref=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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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메르스 환자가 밥을 먹었던 곳에서 내가 밥을 먹는다고 전염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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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의사협회장도 18일 기독교방송 라디오에서 “병원 외 공기감염 가능성은 제로”라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메르스 관련 괴담을 차단해온 대표적인 전문가다.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23개 국가에서 약 1200명을 감염시켰고 그 다음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지금 벌써 122명이 확진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얼마간 늘어날 텐데 이 모든 환자들의 감염이 옥외에서 일어난 감염은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100% 현재까지 병원 내에서만 감염됐다.그래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지나간 데, 밥을 먹은 데 그런 장소를 내가 지나가게 되거나 밥을 먹으면 내가 전염하느냐를 묻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일부 지역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바이러스가 독자적인 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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