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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9 17:19 수정 : 2015.06.20 20:38

암의 역사, 환경파괴 시작된 산업화의 역사와 일치
산업화 전까지 에스키모 아프리카 주민 암환자 전무
WHO, 암을 환경파괴로 비롯된 만성 전염병으로 규정

20세기 들어 산업화는 급속도로 진행됐고 암환자도 빠르게 늘어났다.이에따라 암은 환경파괴에 따른 문명병이란 지적이 나왔고 세계보건기구는 2006년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암을 만성전염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인천/뉴스1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일종의 문명병이다. 서식지가 파괴된 박쥐가 인간의 주거지까지 찾아와 가축인 낙타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해 생긴 신종전염병이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도 비슷한 과정으로 생겨났다. ‘신종플루’는 말그대로 새로운 독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은 어떨까? 암도 예전에는 없었을까? 학자들은 과거에도 암은 존재했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했다고 말한다. 즉 암은 산업화와 함께 인간을 습격한 문명병이라는데 동의한다.

프랑스 비디오 저널리스트인 마리 모니크 로뱅의 <죽음의 식탁>(판미동 펴냄)은 암의 발생과 그 역사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을 잘 정리해 놓았다. 다음은 이 책에서 인용한 암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다.

19세기 영국 체셔에 있는 위드너스의 공장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독성물질에 접촉하게 됐고 이는 암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됐다. wikimedia

프랑스 저술가 아르망 파라시는 그의 책 <발암사회>에서 "인간이 농사를 짓기전에 암으로 사망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선사시대 전문가인 장 귀스랜도 석기시대 암의 역사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그럼 가장 오래된 암의 기록은 무엇일까?

미국 암협회의 누리집은 암의 가장 오랜 기록은 기원전 1600년 이집트라고 적시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유방암 환자가 기록돼 있다. 암에 대한 본격적인 언급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암을 뜻하는 단어 ‘cancer가 나뭇가지를 뜻하는 그리스어 ‘kakinos’에서 유래됐다. 히포크라스테스는 그의 의학서에 암의 종류와 원인을 언급했다. 이 단어는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된 로마로 건너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던 에스키모는 암에 걸리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그러나 암은 단어로만 존재했지 19세기 문명 이전에 발병가능성은 극히 낮았다는 게 정설이다. 캐나다 극지탐험가인 빌흐잘무르 스태판손(1879~1962)은 그의 책 <암: 문명의 질병인가?>에서 그가 만났던 극지의 의사들은 암에 걸린 에스키모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도 1914년 자신의 아프리카의 경험을 쓴 책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통해 “수천명의 아프리카 환자를 봤지만 암이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증언은 수도 없이 많다. 세계암학회에 온 볼리비아 의사는 1926년까지 볼리비아에 암으로 사망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보고할 정도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암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됐을까? 유럽의 통계를 보면 1890년이다. 그해부터 유럽 국가에서 암 환자의 사망률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기 시작했다. 암 증가의 원인은 노동자의 건강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업환경에서 비롯됐다. 석유화학의 발달로 다양한 독성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이 마스크나 고글 같은 방호장비 없이 무방비상태에서 작업을 했으며 자본가들은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

우리나라는 유방암 환자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다. 또 30~40대 젊은 유방암 환자가 40%를 차지해 노령 여성이 많은 다른 나라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고기 중심의 식단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위키미디어

세계암학회는 193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암원인규명 심포지움를 가졌다. 사상 최대의 암 학술대회였다. 이들이 국제적 학술대회를 가진 것은 이미 1930년에 1900년대초에 견줘 암 사망자가 30%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암이 유전병이 아니라 발암 물질에 노출된 뒤 10~20년후 발병한다는 것을 각종 실험을 통해 확인한 만큼, 암의 원인을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자본에 의해 배척됐다. 미국의 빌헬름 후퍼같은 과학자들이 독성물질 제어를 주장하다 해고됐다. 반면 산업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정반대의 학자들도 등장했다. 산업계의 용병이 된 과학자와 의료인은 담배를 대표로 하는 수많은 유해물질에 대한 옹호론을 펴왔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고령화로 인해 암이 는 것이지 화학물질과 암의 발병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과 현실은 달랐다. 노령화와 상관없이 소아암 환자와 젊은 유방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의 연구결과 1990년대 소아암 발병률 증가율은 1.8%로 10년전인 1980년대 1.3%에 견줘 높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빠른 환경파괴와 식단의 서구화로 우리나라 소아암 환자 증가 비율은 좀더 가파르다.

산업계에서는 암 발생 증가의 원인을 노령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아암 환자와 젊은 암환자는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전체 소아암 환자 수는 2010년 1만2000여명에서 2014년 1만4000여명으로 12.9%인 2000여명이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3.1%였다. 유방암 증가율은 세계최고 수준인데 다른 나라와 다르게 환자의 40% 가량이 30~40대 여성이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 유방암은 폐경 이후 많이 발생한다. 이런 암의 빠른 확산 때문에 2006년 세계보건기구는 암을 만성전염병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독성물질로 가득한 우리 일상을 경고하기 위해 2004년 과학자 의사 법률가 등은 파리에서 모였고, “암은 인간이 만든 환결 질병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환경질병은 우리 건강과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소비자나 시민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윤을 더 고려하고 있는 현행 화학물질 규제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많은 사람들이 농약과 첨가제를 통해 ‘일용할 양식’을 ‘일용할 독’으로 만드는 시스템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화학물질로 이뤄진 식품첨가물에 들어간다. 환경운동가들은 이 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독성 조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아이스크림. 한겨레 자료사진

권은중 기자 details@hna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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