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25 11:25
수정 : 2015.06.25 19:23
성인 남성 하루 칼로리 41% 흰쌀밥으로 섭취
흰쌀은 영양분 적고 흡수 빨라 당뇨 비만 불러
고기, 라면·국수, 술 비중 높아 영양불균형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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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나 잡곡 통밀 호밀로 만든 빵은 도정한 흰씰이나 흰밀가루로 만든 식품보다 영양가가 탁월하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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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은 하루 필요 열량의 40%를 흰쌀밥으로 섭취하는 반면 현미나 보리, 기장 같은 잡곡의 섭취는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된 흰쌀은 필수 영양분이 적고 혈당수치를 높여 당뇨병이나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0여년 동안 성인남성의 당뇨유병율은 34% 증가했다. 현미나 잡곡이 흰쌀에 견줘 비싸고 조리가 불편한데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외식을 선호하는 사회분위기 탓이다. 입시교육에 밀려 영양이나 건강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식품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를 토대로 19살 이상 성인 남성의 음식 섭취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은 하루 열량의 41.4%를 흰쌀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밀가루로 만드는 라면과 국수(6.1%)는 고기(8.0%)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식품연구원이 성인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여성에 견줘 비만율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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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쌀밥에 고기국은 가난한 시절, 꿈의 음식이었다. 그러나 흰쌀밥과 고기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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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흰쌀과 흰밀가루가 대표적으로 우리 몸의 포도당 농도인 혈당을 빠르게 높여 췌장 등 소화기에 부담을 주고 당뇨병이라는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음식이라는 점이다. 흰쌀이나 흰밀가루가 혈당지수가 높은 것은 벼와 밀의 껍질을 벗겨냈기 때문에 소화기관의 효소가 빠르게 작용해 소화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흰쌀의 혈당지수는 70~90%이지만 현미는 50~60%이다. 소화가 그만큼 빨라지면 공복감이 높아져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남는 탄수화물은 글리코겐으로 변해 간에 저장됐다가 지방으로 변화한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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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쌀밥과 고기 대신 현미밥과 채소 중심의 밥상이 당뇨병이나 20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비만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현미밥과 나물반찬으로 구성된 한 식당의 상차림.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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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흰쌀과 흰밀가루는 영양분이 현미 잡곡이나 통밀가루에 견줘 낮다. 정제된 음식은 곡식의 껍질을 제거하면서 껍질에 많은 섬유소 비타민 무기질이 부족해진다. 도정기술이 발달하면서 19세기 이후 살껍질을 먹지 않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각기병이 대규모로 발생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쌀이나 밀 껍질에는 비타민과 마그네슘 셀레늄 같은 무기질이 풍부한데 도정은 이를 제거해버린다.
반면 도정하지 않은 통곡식은 섬유질과 각종 무기질을 함유해 건강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버드대 의대는 20년간 간호사 등 전문직 여성집단을 추적 조사한 결과 통곡식이 △당뇨병 △심장병 △소화장애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켜준다고 결론내렸다. 통곡물이 암을 막는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성인병을 막는 것만으로 중요한 식품이라며 흰쌀밥이나 흰빵보다는 현미잡곡밥과 통밀 귀리 보리로 만든 빵이나 시리얼을 먹으라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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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서 소 돼지고기같은 육류보다 콩 생선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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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등 육류 섭취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단백질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성장기인 청소년의 경우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육류 중심으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지만 성인들은 두부나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이나 생선이 알맞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식품연구원 분석 결과, 육류를 많이 먹는 성인 남성 집단의 비만도가 6개의 표본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량은 높지만 영양분이 거의 없는 술을 통한 칼로리 섭취(6.0%)도 문제로 지적됐다. 알콜 의존은 영양부족을 초래해 장기 손상뿐 아니라 결핵 같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식품연구원은 “현미와 채소 등 식이섬유가 풍부하거나,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정도가 낮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공복감을 줄여 열량섭취를 줄일 수 있는 식단이 건강식단”이라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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