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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02 15:06 수정 : 2015.07.03 09:05

최근 미국 심리학자들의 조사 결과, 첫눈에 빠지는 사랑보다 오랜 시간 만나 서로의 매력에 빠지는 '더딘 사랑'을 하는 남녀가 늘고 있다. 이미지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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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제이연구소, 미 여성 43% 첫인상 상관없이 연애
시간에 따라 매력도 변화해 누구든 연애 가능성 있어
공감능력과 유머, 공통의 관심사가 매력도를 높여

최근 미국 심리학자들의 조사 결과, 첫눈에 빠지는 사랑보다 오랜 시간 만나 서로의 매력에 빠지는 '더딘 사랑'을 하는 남녀가 늘고 있다. 이미지베이스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말은 과연 맞는 말일까? 셰익스피어의 연극에나 나올 법한 이런 통설에 대한 실험 결과, 현대인들은 한눈에 빠지는 초스피드 사랑보다는 신뢰를 주고 받는 ‘더딘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더딘 사랑은 육체적 매력보다 공감 능력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기사를 통해, 미국 텍사스대는 심리학과 강의시간의 한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을 담당한 폴 이스트윅 조교수는 학기초에 소규모의 수강생들에게 남녀 상대의 이성적 매력도를 매기도록 했다. 남녀별로 가장 호감도가 높은 사람에 대해 의견이 상당히 일치했다. 그러나 3개월 후 매력녀, 매력남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게 나왔다.

이스트윅 조교수는 "이성에 대한 평가는 함께 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며 “어떤 사람에겐 매력없던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매력있던 사람의 매력이 떨어지는 일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성에 대한 태도 변화는 짝짓기 게임에서 짝 찾기에 실패하는 사람을 줄여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모든 게임 참가자가 한 사람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짝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남녀의 사랑을 숙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멋진 대화, 공통의 관심, 유머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첫눈에 반한 여자 주인공의 취미를 알기 위해, 또 호감을 사기 위해 시간을 계속해 거꾸로 돌려 결국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

킨제이연구소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시간에 따른 호감도의 변화는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피셔박사는 “16세기 시인 크리스토퍼 말로위가 ‘사랑해본 그 누군들, 첫눈에 빠지지 않았으랴?’라고 읊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피셔 박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처음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33%, 여성의 43%라는 매우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답했다.

피셔 박사는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이 과정을 ‘더딘 사랑’이라고 이름붙이고 만혼이 늘어남에 따라 ‘더딘 사랑’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셔 박사의 조사에서, 짝에 대한 감정의 변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훌륭한 대화 △공통의 관심 △상대의 유머감각 등의 답변 나왔다. 남녀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외모보다는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공감의 능력이라는 뜻이다.

연애 대신 술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젊은 남녀를 초식남, 건어물녀라고 한다. 사진은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 건어물녀 아야세 하루카(위). KBS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초식남 지진희(오른쪽).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외모와 재산, 가문이 별 볼일 없다는 이유로 엘리자베스를 무시했던 부유한 귀족 다시가 솔직하고 재치있는 엘리자베스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여성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바뀌어 구애하게 되는 것이 꼭 소설 속의 일만 아니라는 이야기다. 불황 탓에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고 이른바 '초식' 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땅의 선남선녀들에게도 느릿느릿하지만 사랑이 찾아온다는 점을 알려주는 연구 결과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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