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04 16:31
수정 : 2015.08.04 16:42
지난해 백악관 부주방장 콩국수 배워가
미 부통령 부인도 찾아와 된장에 관심
사찰음식에 유명 외국 셰프들도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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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당시 백악관 부주방장이던 샘 카스가 진관사를 방문해 스님들과 콩국수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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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를 배워오라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 사찰에서 배운 콩국수를 해주겠습니다.”
지난해 북한산 자락의 비구니 사찰인 진관사를 방문했던 샘 카스 당시 백악관 영양정책 선임고문 겸 부주방장이 콩국수와 오이물김치 같은 사찰음식을 배운 뒤 한 말이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우리나라 음식 가운데 불고기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미국 부통령 부인 질 바이든 박사가 한국의 첫 번째 방문지로 진관사를 방문했다. 바이든 박사가 진관사를 찾은 것은 여성 수도자들이 한국의 여성들에게 어떻게 영감을 주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며 본인이 방문 여부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절 이곳저곳을 돌아보았고 한국 특유의 소스인 된장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백악관 블로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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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운데 분홍색 옷)가 7월18일 오후 서울 진관사를 방문해 경내 장독대를 둘러보고 있다.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로 불리는 미국 부통령 부인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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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진관사의 음식을 맛보고 간 유명 인사는 많다. 리처드 기어 같은 연예인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의 하나인 덴마크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도 지난해 11월 진관사를 찾았다. 노마는 덴마크 땅에서만 나는 음식재료를 고집하며 지중해 지역에서 나는 올리브유나 와인조차 쓰지 않는 ‘개념 레스토랑’이다. 2010년부터 영국 요리잡지 ‘레스토랑’이 뽑는 세계 최고 음식점에 4번이나 뽑힌 바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페터 춤토르는 지난해 8월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가 첫날 진관사에 왔다가 반해 하루 묵고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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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은 제철에 난 식물성 재료로 수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파 마늘 같이 자극적인 양념없이 조리해 소화가 잘 된다. 전북 진안에 있는 천황사의 주지 현산스님의 사찰음식.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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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요리는 1700년의 역사를 가진데다 고기를 쓰지 않고 맛을 내기 때문에 비만 문제로 고민이 많은 서구인들의 관심이 높다. 노마의 레드제피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사찰음식에 절에서 맡은 냄새와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어 자연을 섭취한 느낌이다. 유럽에서는 음식을 존엄하게 대하기보다는 쾌락의 수단으로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 노마를 만들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진관사 주지인 계호 스님은 사찰음식의 3가지 원칙을 △청정 △유연 △여법(如法)으로 꼽았다. 제철에 난 채소를 냉장 보관하지 않은 청정한 상태에서 삶고 데쳐서 부드럽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뜻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찰음식은 육체적 활동량이 적은 승려에게 수행에 정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 파 마늘 같은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아 소화가 잘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음식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요리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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