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19 16:01
수정 : 2015.08.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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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푹푹 찌는 날이 이어지면 자동으로 찬 것을 찾게 된다. 찬 걸 먹으면서 이래도 되나 걱정은 되지만 당장 급하니까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찬 음식을 먹으면 입은 즐겁지만 뱃속이 고생을 한다.
이럴 때 만들어 먹어 볼 수 있는 음식이 엄나무 식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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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식혜.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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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는 코뿔소처럼 생긴 가시가 빈틈없이 달린 가시나무다. 엄나무는 이름 그대로 음기가 강한 나무다. 차고 축축한 기운이 몸에 침투하여 생긴 여러 가지 증상에 좋다고 한다. 봄에 햇순이 올라오면 그 햇순을 나물로 먹고, 껍질이나 잔가지를 푹 달여 차로 마신다. 푹 달여서 그 물에 식혜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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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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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엄나무 네 조각을 깨끗이 씻은 뒤 맹물에 넣고 한나절 불린다. 식혜 밥은 쌀을 씻고 나서 10분 정도 체에 받쳐 뜨물을 다 빼내고 앉힌다. 여기에 엄나무와 엄나무 불은 물을 넣고 식혜 밥을 한다. 밥을 어느 정도 식힌 뒤 베보자기에 엿기름(쌀의 반 정도)을 넣고 엄나무 불은 물 남은 것에 조물조물한 뒤 베보자기와 국물을 다 전기밥솥에 넣고 보온으로 해둔다. 보온을 9시간쯤 하면 밥알이 동동 뜨고, 엄나무 향이 솔솔 난다. 엿기름이 담긴 베보자기만 들어내고 나머지는 가스불에 얹어 팔팔 끓인다. 엄나무 성분이 얼마나 우러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엄나무 향이 쌉싸래하게 난다.
식혜를 할 때 설탕을 넣지 않고 자연의 단맛을 즐기는 것도 좋다. 설탕을 넣지 않고 식혜를 하려면 밥과 엿기름에 견주어 물을 적게 잡아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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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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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식혜의 첫맛은 약간 싱거울 수 있지만 한 그릇 다 먹고 나면 자연의 단맛이 은은하다. 따뜻할 때 먹는 것도 좋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엄나무 식혜를 먹은 이들은 ‘구수하고 든든하다’고 한다. 설탕을 넣어 달달하고 그래서 물을 넉넉히 넣은 차가운 식혜만 있는 게 아니다. 이처럼 달지도 않고 따뜻한 식혜도 있다.
장영란 <숨쉬는 양념 밥상> 저자의 기고글을 다듬어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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