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1 17:33
수정 : 2005.10.12 13:45
요즘은 천 기저귀를 쓰는 사람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부분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한다. 천 기저귀에 비해 샐 염려가 적고 사용 뒤 다시 빨 필요 없이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회용 기저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부모들은 불안하다. 천연 재료가 아닌 인공 화학물질로 만든 일회용 기저귀가 연약한 아기의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신생아의 약 35%가 기저귀 발진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기저귀 발진은 대부분 기저귀와 피부의 물리적인 마찰, 아기의 대소변, 기저귀의 통기불량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저귀에 들어 있는 염료가 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염료 때문에 생기는 발진의 증상은 작은 뾰루지가 붉게 부풀어 오르거나 그 부위의 표피가 각질처럼 벗겨지고 피부가 건조해져 따끔거리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연구진은 일반적인 기저귀 발진 치료약으로는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아기들을 관찰했다. 결과 아기들에게 발진이 생긴 위치는 주로 허벅지 안쪽이나 허리 주변이었다. 이는 피부에 직접 닿으며 색이 옅게 들어간 기저귀의 가장자리와 같았다. 연구진은 염색에 사용된 성분을 원인물질로 의심하고 색이 없는 기저귀로 바꿨다. 그러자 피부 염증이 깨끗이 사라졌다. 이후 아기들의 피부가 염료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아보고자 실시한 피부 패치 테스트에서 염료와 닿은 부위는 기저귀 발진과 비슷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
이 발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은 바로 ‘분산염료’다. 기저귀 재질처럼 물에 잘 젖지 않는 인조섬유에는 똑같이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의 염료를 물 속에서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염색한다. 이 때 사용되는 분산염료는 섬유와의 결합력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떨어지며 피부를 자극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분산염료는 어른에서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 더 심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기저귀 발진처럼 알레르기성 물질이 피부에 직접 닿아 피부염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의 치료는 원인 물질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저귀 색소 때문에 발진이 생긴다는 의심이 들 때는 아무 무늬나 색깔이 없는 기저귀로 바꾸면 된다.
보통 아기용품에 쓰이는 물질은 아기에게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무심코 넘어가는 작은 일에도 연약한 아기는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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