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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17:43 수정 : 2005.10.12 13:46

■ 한국 첫 시험관 아기 ‘산파’ 장윤석 마리아병원 명예원장

장윤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가 1985년 10월12일 우리나라 첫 시험관아기로 태어난 천희·천의 쌍둥이 남매가 서울대병원 신생아실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장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오늘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1985년 10월12일은 우리나라 불임부부들에게 매우 뜻깊은 날이다.

당시 서울대병원에서는 결혼한지 4년이 지나도록 아기를 갖지 못했던 불임부부가 우리나라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에 성공한지 여덟 달만에 천희·천의 쌍둥이 남매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해 5천~6천명 가량의 신생아가 이 시술을 통해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 시절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널리 보급한 노의학자 장윤석(75)씨로부터 불임부부에게 희망을 준 이 시술의 20년 역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그는 지난 1996년 서울대의대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5년간 근무한 뒤, 2001년부터 불임치료 전문 마리아병원 명예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가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나는 것을 보고 우리(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료진)도 불임부부를 위해 하루빨리 시험관아기를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에 따라 그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배우기 위해 영국 등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한편 1982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가 된 뒤 시험관아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그는 “시험관아기 시술은 혼자서는 할 수도 없고 고난도였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서는 밤을 새워 일할 수 있는 젊은 의사가 필요했다”며 “때마침 서울대의대 전임강사에 갓 임용된 문신용 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시험관아기 시술의 개척자인 하워드 존스가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세운 불임센터에 파견했다”고 말했다.

문 강사가 미국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을 즈음인 1983년말, 그는 서울대병원 안에 시험관아기 전문 센터를 세우고 1년간 동물실험을 거친 뒤 1984년말부터 불임부부를 대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성공은 쉽지 않았다. 40건 가량 실패한 뒤, 마침내 최초의 시험관아기가 될 수정란 2개가 1985년 2월25일 자궁 안착에 성공한 뒤 무럭무럭 자라 그 해 10월12일 제왕절개를 통해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다.

‘잘생긴’ 정자 골라 수정…시험관아기 성공률 30~35%
한번 실패 포기하지 말고 최대 5번까지 시술 받을 필요

그는 “시험관아기 시술 초기에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꺼번에 3개 이상의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해 다섯 쌍둥이가 태어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관련 규정이 없지만 외국에선 보통 2개의 수정란을 이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란을 딱 1개만 이식하는 게 가장 좋지만 성공률이 낮고 3개 이상 이식하면 세 쌍둥이 이상이 태어날 가능성이 커져 부모의 양육 부담을 가중시키고 신생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궁에 이식할 수정란 숫자를 2개 이하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희·천의 남매는 수정란을 2개만 이식했는데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점을 보면, 이식한 2개의 수정란이 각각 자궁 안착에 성공해 출산에까지 이른 경우다.

그는 “현재 시험관아기의 성공률은 서울 본원에서만 연간 4500건 가량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고 있는 마리아병원의 경우 30~35% 수준”이라며 “불임부부들은 한두번의 실패에 포기하지 말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최대 5번까지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혼과 함께 아이를 원할 경우 월경이 정상이라면 난자는 한달에 1개씩 또박또박 배란이 되고 있고 성접촉도 왕성할 때이지만 결혼한지 3~5개월만에 임신에 성공하는 수가 많기 때문에 불임부부들은 시험관아기 시술이 한두번 실패한다고 해도 쉽게 좌절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시험관아기 시술이 3가지 측면에서 크게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술 초기에는 난자 채취를 위해 복강경을 이용했기 때문에 배에 구멍을 뚫을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질 부위에 초음파 장비를 넣어 난자를 채취하기 때문에 배에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

둘째, 체외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뒤 배양하는 기술이 굉장히 발달했다. 초기에는 수정란을 2일 정도 배양해 세포가 4~8개로 분열했을 때 자궁에 이식했지만, 지금은 4일 정도 배양해 세포가 32~64개로 분열했을 때 이식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이 크게 향상됐다.

셋째, 수정란을 만들 때 채취한 정액 속에 있는 수억마리 정충 가운데 활기차고 잘 생긴 것을 딱 하나 골라내어 난자에 수정시키는 기술이 5~6년 전부터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그는 “정충의 활동력 하락이나 정충 수의 태부족 등으로 인한 남자 불임증이 많이 늘었다”며 “정액 1㏄당 정충 수가 지난 50년간 평균 1억 마리 정도에서 6천만 마리로 40%가 준 가장 큰 이유는 공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12일 임상의학연구소 가든뷰에서 그를 비롯해 문 교수, 천희·천의 남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외수정(시험관아기) 시술 20주년 기념회를 연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시험관에서 키운다고요?”

정자·난자 체외수정만…‘엄마 뱃속에서 자라요’

시험관아기 시술은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1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 불임부부가 주로 대상이다. 임신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배란 촉진→난자 채취→체외 수정 및 배양→수정란 자궁 이식의 4단계 과정을 거친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제 약물을 여성의 생리주기에 맞춰 일정 기간 투여한 뒤 과배란된 난자를 여러 개 채취해 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시켜 수정란을 얻고 이를 배양하여 일정 시기가 되면 자궁 안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미세조작술이나 보조부화술 등의 시술이 추가되는데 미세조작술이란 주로 남성 불임 환자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해 주는 시술이고 보조부화술이란 착상에 도움이 되도록 수정란의 부화를 인위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수술적 방법을 통한 정자채취나 냉동 배아를 이용한 배아이식, 난자 또는 정자 공여를 통한 시험관 시술 등 불임의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시험관 아기시술을 받게 되는 원인은 국내 보고에 따르면 여성쪽인 경우가 43.7%, 남성쪽인 경우가 20.0%, 부부 둘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12.3%, 원인불명이 17.4%, 기타가 6.6%를 차지한다.

안영진 기자 / 도움말=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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