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18 14:56
수정 : 2015.09.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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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용량 아스피린 먹은 당뇨 환자군
“뇌경색 위험 1.7배 더 높다” 발표
“흡연·비만 등 고려 안돼” 반론도
당뇨는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이다. 혈당이 높은 채로 수년에서 수십년을 지내게 되면 각종 혈관과 신경계 등에 합병증이 생긴다. 이를 막거나 늦추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심장과 혈관계에 생기는 합병증의 발생을 줄이려고 그동안 혈당조절제와 함께 저용량의 아스피린이 처방돼 왔다.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어 혈관을 막는 것을 아스피린이 예방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런데 최근 이 저용량의 아스피린이 오히려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장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다른 생활습관병이 있으면 아스피린을 먹는 것이 낫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과연 당뇨를 앓고 있다면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먹는 것이 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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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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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은 2006~2007년 당뇨 진단을 받은 40~99살 환자 26만1065명을 저용량(75~162㎎) 아스피린의 복용 여부에 따라 두 집단으로 나눠 2009년까지 4년간 뇌경색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먹은 집단의 뇌경색 발생 위험도가 아스피린을 먹지 않은 집단보다 1.7배 높았다. 1년 이상 오래 추적·관찰한 당뇨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아스피린을 먹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뇌경색 위험도가 1.9배로 더 높아졌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의 의학 상식을 뒤엎는 것이다. 원래 진통소염제로 개발된 아스피린은 피가 혈관 안에서 굳는 것을 막는 ‘항혈전제’ 구실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고혈압이나 당뇨 등 심장과 혈관계에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질환을 가진 환자한테 진통소염제보다 적은 용량의 아스피린이 처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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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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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용량 아스피린이 당뇨 환자한테 되레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저용량 아스피린이 당뇨 환자의 심장·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제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 환자의 심장·혈관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는 더는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심장·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다른 질환이 함께 있는 당뇨 환자한테만 저용량 아스피린을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심장·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인 비만이나 흡연 여부가 고려되지 않아 연구 결과 해석에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아스피린을 먹던 집단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의 위험 인자를 더 많이 지녔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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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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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관계자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을 앓은 환자한테 재발을 막으려고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건 이미 확립된 예방법이다. 뇌졸중 등을 겪지 않은 환자한테 효용이 있는지는 불분명한데, 환자별로 심장·뇌혈관 발생 위험을 평가해 위험이 높으면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혈당 관리와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도 필수다. 목의 동맥 등 주요 혈관의 동맥경화 여부 등을 알아보는 검사도 권장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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