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5 19:35
수정 : 2015.11.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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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국가 지정 격리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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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부터 시작된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에서 마지막 환자였던 80번째 환자는 25일 오전 3시 숨졌다. 악성 림프종이라는 면역계통의 암에 걸렸던 이 환자는 끝내 서울대병원의 격리병실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치료를 받는 동안에 가족들과의 접촉도 쉽지 않았다.
이 환자는 지난 1일 메르스 바이러스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치료에서 벗어났지만, 열흘 뒤 양성 판정이 나와 격리병실에 다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다시 입원한 뒤 일주일쯤 지났을 때 이 환자의 부인과 동생 등 가족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격리병실 입원 중 암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숨지기 이틀 전인 23일에는 ‘메르스 마지막 환자 동생입니다’라는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는데, 이 글에는 “메르스로 인한 격리 때문에 제대로 된 항암치료도 못 받고 (형이) 죽습니다. (중략)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님들 축하드립니다. 메르스 결국 종식되네요.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환자 죽음으로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앞으로 전염병 걸리면 자살 추천 드립니다. 아니면 질본이 죽일 거니까요”라고 써, 보건당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환자의 한 지인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환자의 부인과 연락해 봤는데,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이 이 환자를 격리만 한 채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암치료를 하면 림프종이 줄어들면서 메르스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고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메르스 바이러스 음성 반응이 나오는 상황에서, 결국 메르스의 종식을 위해 항암치료를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서울대병원 쪽은 의료계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격리치료를 6달 가까이 받은 환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자 치료는 전적으로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맡고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 서울대병원에 환자 치료를 하지 말아달라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한다고 해도 이를 듣는 의료진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 치료에 필요한 검사는 물론 항암치료도 모두 진행했다. 또 조혈모세포이식수술과 같은 치료까지 할 계획을 잡고 있었으나 환자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 방호복을 입고 환자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결국 숨지게 돼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지만, 메르스 종식만을 위해 환자 치료를 등한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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