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17 19:22 수정 : 2005.10.17 23:50

2001~2004년 20·30대 결핵 새 환자

“노출 잦아…” 한해 발병 3만명중 1만명
걸리면 장기간 격리…취업 불안감
2004년 신고환자, 20대가 60대보다 많아

[3판] 방송기술자인 이성민(가명·33)씨는 결핵 치료를 위해 올해 들어 6차례나 병원에 입원했다. 회사에 병 이름을 말하기가 꺼림칙해 단기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증세가 나아지면 회사에 출근하기를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눈에 띄게 몸무게가 줄어들고 기침이 잦아져 장기 입원을 하게 됐고, 결국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말았다.

대학 새내기 윤동혁(가명·19)씨는 한창 대학생활을 즐길 1학년 시절을 서울 강남의 한 결핵병원 침상에서 보내고 있다. 6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뜻밖에 폐결핵이란 진단을 받았고, 2학기를 휴학한 채 입원 중이다. 윤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는 바람에 대학생활뿐 아니라 군대며 대학 졸업, 취업까지 모든 계획이 엉망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주로 노인층에서 많은 것으로 알려진 결핵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대와 가장 왕성하게 일할 나이인 30대 젊은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축회사에 다니던 김아무개(28)씨도 결핵으로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6월 기침이 오래 떨어지지 않아 감기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결핵 판정을 받았다. 장기 휴직이 불가능해 사표를 내고 넉 달째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감당하기 벅찬 치료비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재취업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큰 걱정거리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새로 신고되는 결핵 환자는 3만명이 넘고, 이 가운데 20대와 30대가 1만명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60대 이상 연령층이 집중적으로 결핵에 걸리는 선진국들과 달리 젊은층이 많이 걸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결핵’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에게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해마다 새로 신고된 환자들 가운데 60대가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20대가 가장 많아졌다. 지난해 새로 신고된 20대 결핵 환자 수는 모두 6474명으로, 4092명인 60대 환자 수를 크게 앞섰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환자 수에서도 20대가 81.5명으로 198명인 70대 이상과 114.4명인 60대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이렇게 젊은층에서 결핵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김희진 결핵연구원 기술협력부장은 “전체 인구 가운데 결핵 환자 수가 선진국과 견줘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까, 공공장소에 노출이 잦은 젊은층의 감염과 발병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재락 서울시립 서북병원 결핵과 전문의는 “특히 결핵은 일단 발병하면 전염 우려 때문에 격리치료를 받아야 해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층들의 경우 개인 경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병이 되더라도 대부분의 결핵 환자들은 치료약 복용만으로 치료가 되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자칫 심각한 병세로 발전할 수 있어 결국 꾸준히 자기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조언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