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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8 17:33 수정 : 2005.10.19 17:34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지난 달 중국에서 생산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충돌 실험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충돌한 차가 운전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종잇장 같이 구겨졌기 때문이다. 중국산 자동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막연히 SUV는 튼튼할 것으로 믿었던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SUV 탑승자가 아니라 SUV에 받힌 보행자다. 우리나라에서 보행자가 포함된 교통사고의 비율은 전체의 40%를 넘는다. 같은 속도의 일반 승용차보다 SUV에 치었을 때 보행자가 치명상을 입을 위험은 두 배 이상 높다. SUV의 중량도 문제지만, 뭉툭하고 높은 앞부분의 구조가 더 큰 위협이다. 일반 승용차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 앞부분이 아래로 쏠리면서 보행자의 하반신과 부딪히지만, SUV는 앞부분이 높아 보행자의 머리, 가슴, 복부, 척추 등 생명과 직결된 상반신을 가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크다. 높은 속도로 충돌했을 때뿐 아니라 시속 50km 이하의 낮은 속도로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도 일반 승용차보다 더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

SUV가 늘어나는 것과 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나이가 들면 주의력이나 반사 신경이 떨어져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지는 데다 뼈와 근육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큰 손상을 입는다. 60살 이상의 노인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네 배나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보행자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기도 하다.

SUV 접촉사고 때문에 생기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 제조업체가 나서야 한다. SUV 차량의 앞부분을 낮추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SUV 운전자에게 특별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자동차의 디자인과 교통 정책도 이에 발맞춰 달라져야 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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