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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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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의건강과사회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 검출’과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기생충학을 배우던 의대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다들 기생충은 징그럽고 더러운 존재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비교적 중립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의대에 다니면서 들었던 기생충학 강의가 큰 영향을 준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 기생충학 교수들은 수업 첫머리에 하나같이 기생충에 대해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기생충을 찾아 오지와 벽지를 헤매고, 맨눈으로 또는 현미경을 통해 그 모습을 연구하다 보면 정말 정이 들만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생충의 자연사가 거의 파악이 돼 있으며, 한두 가지 약이면 우리 몸에서 깨끗이 사라지기까지 하니 두려움을 느낄 만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교수님들의 그때 그 말은 우리 사회의 기생충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서도 ‘기생충 같은 XX’는 매우 심한 욕이 아닌가! 실제 사람에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와 세균인데도 말이다. 이 편견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학창 시절의 채변 봉투일 것이다. 채취 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더 괴로운 것은 결과가 나왔을 때였다. 누군가의 이름이 불릴 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야유하는 듯한 웃음을 짓던 기억을 많은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번이라도 기생충 약을 받아 들어봤던 사람은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잊히지 않을 것이다. 또 한가지 기생충에 대한 편견의 결정타는 바로 그놈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회 현상이 그렇듯 의학 영역에서도 꼭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가장 정확한 것은 아니다. 실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도 지금 우리 몸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이런 기생충과 멀어진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직도 맛있는 음식을 봤을 때 ‘회가 동한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배 속의 회충들이 음식 냄새에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생충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 해도 먹는 음식에서 기생충을 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수입까지 해서 먹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경제적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이 우선시되는 정부 당국의 정책을 기대한다.김양중 의료전문기자·의사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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