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3 10:54
수정 : 2005.11.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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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해 압류조치된 충남 당진 주영식품의 김치. (당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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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502개 업체 김치 조사 16개 제품서 검출”
인체 감염성 없어…검사명령제 도입·HACCP 의무화 추진
중국산 김치에 이어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또 시중에서 유통되는 국내산 배추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0월 현재 배추 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된 502개 업체의 제품을 수거, 검사한 결과 16개 제품(3.2%)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중국 김치의 경우 기생출 알 검출률이 24.7%였다.
이에 따라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중국과의 김치 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알은 초기의 미성숙란으로 섭취하더라도 인체 감염을 일으키는 유충으로 자라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에는 해가 없다. 설령 만의 하나 인체에 감염되더라도 구충제를 먹으면 제거할 수 있다.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알은 회충란 4건, 개.고양이 회충란 9건, 기타 3건으로, 개.고양이 회충란이 상당수 검출된 것은 풀어놓고 기르는 개.고양이의 배설물이 김치 재료에 묻은 데 따른 것으로 식약청은 분석했다.
기생충알이 검출된 김치의 원재료 54건을 추적 조사한 결과로는 국내산 절임배추 1건에서 기생충알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산 고춧가루 2건, 양념류 1건, 태국산 젓갈 등 수입 원재료 및 수입 배추를 사용하는 업체의 배추에선 기생충알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식약청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국내산 배추 165건을 수거해 기생충 검사를 한 결과 8건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회충란 2건, 개.고양이 회충란 5건, 회충과 개회충 혼합 1건 등이었다.
식약청은 "검출된 기생충알이 동물유래 회충이기 때문에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잔류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부 돼지 분변을 충분한 퇴비과정 없이 사용하거나 농작물의 재배.유통 과정에서 개.고양이 등의 배설물이 묻었을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일단 기생충알이 검출된 16개 제조업체의 재고물량 472㎏을 압류하고 해당업체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선 반드시 기생충알 잔류 여부를 검사, 적합한 경우에만 유통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기생충알이 검출된 곳은 연간 1억원 미만 판매고를 올리는 업체가 8개나 되는 등 대부분이 영세업체로, 대구 북구의 명동식품, 광주 광산구 내고향식품 영농조합법인, 경기도 고양시 남양, 경기 안산시 ㈜울엄마, 충북 제천시 전원김치, 충북 진천군 ㈜한성식품 진천제1공장, 충북 청원군 초정식품, 충북 충주시 ㈜참식품, 충남 당진군 주영식품, 전북 완주군 청정식품, 전북 익산시 미인김치, 전북 임실군 영식품, 경북 경주시 ㈜남산식품, 경북 김천시 시원식품, 제주 제주시 원식품, 제주 제주시 무궁무진식품 등이다.
식약청은 또 기생충알이 검출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기생충 검사를 하도록 행정지도를 하는 한편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에 대해 식약청장이 유통전 검사 명령을 강제화할 수 있는 검사명령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위생적인 김치 생산을 위한 제조 공정 매뉴얼 배포 ▲김치류 제품의 자가 품질검사 항목에 기생충 검사 포함 ▲김치류 제품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의무화 단계적 추진 ▲영세 제조업체에 대한 재정적.기술적 지원 등을 추진키로 했다.
식약청은 "소비자 중심의 식품안전관리체계로의 전면적인 개편방안을 준비중이며 빠른 시일안에 이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정욱 기자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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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청 김명현 차장 일문일답
식품의약품안전청 김명현 차장은 3일 국산 김치에 대한 기생충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불안과 걱정을 끼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자 중심의 식품행정체계를 구축하는 등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부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이 사안에 쏠린 국내외의 폭발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통신, 방송, 신문 등 대부분의 국내 언론사를 포함해 영국 BBC, 일본 NHK 등 외국 언론사까지 가세해 북새통을 이뤘다.
회견에는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 교수, 경상대 의대 손인목 교수 등 국내 기생충학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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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를 생산한 것으로 발표된 한 생산공장이 3일 오전 문을 걸어 잠금채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변우열/지방/사회/ 2005.11.3 (진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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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해성은 어느 정도인가.
▲(손인목 교수)이번에 국산 김치에서 검출된 기생충알은 초기단계의 미성숙란으로 섭취하더라도 유충으로 자라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감염의 우려가 거의 없다.
--지난번 중국산 제품에서 검출된 기생충알과 이번에 국산에서 검출된 기생충알은 서로 다른가.
▲(윤희정 교수)정밀 사진판독결과, 중국산이나 국산이나 모두 미성숙란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에서 나온 기생충알은 사람의 분뇨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국산 김치에서 검출된 기생충알은 개.고양이 회충란이 많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 기생충알 검출과 관련해 현행법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정제재조치는.
▲식품위생법 4조에 따라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식품의 경우 수거 압류하거나 해당 시군구청을 통해 영업정지조치를 내릴 수 있다. 폐업 등의 처분은 위해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면밀히 따진 뒤 신중하게 판단해서 내릴 문제다.
--식품안전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냐. 사안이 터질 때마다 매번 종합대책이 나왔으나, 계속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근본대책은 없는가.
▲이번에 국내에서 김치 제조업체로 신고된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이 안심하고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소비자 위주의 식탁 안전체계가 구축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식품공급자들이 충실히 책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정부도 이를 엄중하게 다루지 못했다.
앞으로 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업자들이 법을 충실히 지키도록 의무화하고, 차제에 시스템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겠다.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방침이다.
정부가 일일이 수많은 위해요소를 가려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하는 곳이 없다. 생산자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정부가 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쪽으로 식품행정을 추진하겠다.
--개ㆍ고양이 회충란이 검출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데, 감염경로와 위해정도를 설명해달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나 고양이 분변을 이용해 채소를 기르지는 않지만, 유통과정에서 야생 고양이나 개가 얼마든지 식품재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의 야생 고양이 80마리 정도를 조사한 결과, 10% 정도에서 회충란이 나오는 등 기생충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깎두기 등 다른 종류의 김치도 조사하나.
▲일차적으로 샘플를 수거해 검사하는 한편 앞으로 모든 김치류에 대해 자가품질검사 방식으로 생산업자들이 자체 기생충 검사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른 소비식품에 대해서도 조사, 분석할 계획은.
▲중요 식품에 대해서는 위해요소중점관리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 문제삼은 고추장, 양념장은 조사안하나.
▲불고기 소스류 등은 올해부터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겠다.
--이번 검출된 김치 중에서 일본 등 외국으로 수출된 것은 있나.
▲이번에 기생충알이 검출된 김치업체들중에서 '내고향식품'이란 업체가 일본으로 김치를 수출한 실적이 있다. 매년 3만2천t가량의 김치가 일본에 수출되는데, 문제의 업체는 지난해 43t, 1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일본측에는 브리핑이 끝난 뒤 통보할 계획이다.
--향후 일본으로 수출되는 김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출할 때 사전에 반드시 기생충 검사를 실시해서 수출하도록 하겠다.
--중국으로 수출된 것은 없나.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1개 업체만아 일본으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기생충알이 검출된 김치 제조업체는 국내 김치 소비량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나.
▲2004년 생산량을 기준으로 문제의 16개 업체가 생산한 김치량은 전체의 4.9%정도 된다.
--유통경로는. 학교급식으로 들어가거나 홈쇼핑에서 판매된 것은 없나.
▲세부적인 유통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조사한 김치는 고양시 관내에 있는 마트에서 수거한 것이다.
--유기농이라고 표기한 것은 있느냐.
▲유기농이 있는지 아닌지 아직 파악 못했다.
--이번에 기생충이 검출된 한국 김치제품의 재료는 국산이냐, 아니면 중국산이 섞여 있느냐.
▲국산 배추를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측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업체는 이번 명단에 없는데.
▲중국측에서 수거해 검사했다고 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국내에서 수거해 조사해 보았으나, 기생충알이 검출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위해하냐, 아니냐 하는 것인데.
▲1960년대 회충이 기승을 부리는 등 기생충 환경이 조성돼 있었을 때는 위험했으나 지금은 거의 문제가 안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미성숙란 상태의 기생충알은 인체감염 우려가 거의 없다.
--기생충 검사를 하게 된 배경은.
▲김치에서 납이 검출된 것을 계기로, 김치를 좀더 안전하게 관리해야겠다는 판단에서 검사를 실시했다.
--다른 채소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될 가능성은 없는지.
▲비록 검출된다 하더라도 기생충알이 수정란을 거쳐 자충포장란(애벌레가 들어있는 기생충알)이 되어 사람에 감염되기는 아주 어렵다.
--기생충알이 검출된 김치를 먹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으로서는 인체감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의심이 되면, 보건당국과 협의해 보건소 등에서 구충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
시중에 나와 있는 구충제의 효과는 아주 좋다. 한번만 복용하면 된다. 감염이 의심되면 시중 약국에 가서 구충제를 사먹으면 된다.
동물 회충은 사람 몸에서는 자라지 못하고 특히 이번에 나온 미성숙란은 몸에 들어가도 100% 안전하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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