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국정과제 건보료 개편 추진
평가소득 폐지·재산보험료 축소
소득있는 피부양자 지역가입자로
20년만의 개편 그나마 완만한 개혁
“1단계서 끝날지도” 벌써부터 우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현 정부의 정책추진력이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 23일 겨우 발표됐다. 정부는 애초 2013년 별도의 기획단을 꾸려 개편안을 마련한 뒤 2015년 1월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돌연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고 이후 2년 동안 입을 닫고 있었다. 고소득 직장인의 반발을 불러온 2015년 초 ‘연말정산 파동’이 일어나자 개편 작업을 사실상 중단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과 야당의 법개정 추진 압박 등으로 정부가 뒤늦게 다시 칼을 뽑았지만 여전히 고소득자 반발 등을 의식해 지나치게 완만한 개혁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득 중심 부과 온건한 수준
현재의 건보료 부과방식은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직장·지역조합이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한 이후에도 자영업자 등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부과체계가 유지돼온 탓이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이 없어도 성별과 연령, 전세 보증금 등으로 보험료가 매겨져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연금소득자, 임대소득자 등 소득이 많더라도 직장가입자인 자녀가 있으면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푼도 안내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 개편안의 방향은 실제 버는 돈(소득)을 위주로 보험료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지역가입자에 대해 불합리한 기준으로 적용됐던 평가소득 보험료가 폐지되고 재산 보험료도 축소되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1단계에서 지역가입자 583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 2만원(현재 보험료의 20%) 낮아지고 3단계까지 완료될 경우엔 606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 4만6천원(현재 보험료의 50%) 내려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2014년 월세 5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하다가 숨진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저소득 가구의 건보료는 월 4만8천원(평가소득 보험료 3만6천원+재산보험료(전월세) 1만2천원)에서 월 1만3100원(최저보험료)으로 줄어든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3일 “현재 지역가입자의 소득 보험료 비중이 30%에 불과한데 3단계에 걸친 개편을 통해 6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부과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기준과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요건이 현재보다는 강화되지만 완만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평범한 직장가입자들은 더 낮은 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부과되는 데 견주면 1단계 연간 3400만원, 3단계 2천만원의 부과 기준이 너무 온건하게 설정됐다. 또 2천만원까지 분리과세되는 금융소득 등을 감안하면 소득이 훨씬 더 많더라도 보험료 부과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단계 기준으로는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279만명 중 3.6%만(7만 가구)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게 된다.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매기려면 재산과 자동차 기준이 완전히 폐지돼야 하는데 그런 방안이나 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종 단계에서도 자동차 보험료(4천만원 이상 차)를 없애지 않았고 자가소유 주택에 대한 보험료 공제 기준도 시가 1억원 이하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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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에서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가 정부 개편안에 대한 설명한 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의 사회로 전문가 등이 토론을 벌였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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