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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22 09:25 수정 : 2017.03.22 09:41

수련, 지금 여기서 / 제기차기

손과 발을 균형있게 움직여 오금질을 하는 제기차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오금과 허리의 힘을 키우는 몸 수련법이기도 하다.

한국의 민속놀이 중에 제기차기가 있다. 제기차기는 오금과 허리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매우 훌륭한 무예 수련법이기도 하다. 서울의 ‘택견’, 경상도와 황해도의 ‘까기’, 제주도의 ‘발찰락’, 평양의 ‘날파름’ 등 전통으로 전해 내려오는 몸 움직임을 볼 때 발 차는 문화는 한반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기차기는 두 다리가 서로 만나는 힘의 중핵, 혹은 ‘두 다리가 서로 만나는 뿌리에 해당하는’ 하단전과 골반을 둘러싼 심부 근육을 단련하는 좋은 방법이다. 발차기는 마치 공던지기와 같이 힘의 경유지를 통과하여 바깥쪽을 향해 힘을 발출하게 되지만 제기차기는 발을 중심부로 꽉 끌어안는 모양새로 힘이 하단전에 옹골지게 집중된다.

무예의 힘쓰기는 하반신 자세의 정확성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양발의 적절한 위치 선정과 그것을 전달하는 무릎과 다리의 협업, 그리고 그 전달된 힘을 머금고 있다가 상체로 넘겨주는 하단전의 은밀한 역할. 이 일련의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위력이 발휘된다. 그런 의미에서 제기차기는 발질뿐만 아니라 무술적 움직임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운동이라고 하겠다.

이제 동작으로 들어가 보자.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려 선다. 양손으로 바지춤을 가볍게 잡고 제기를 차듯 발을 교대로 들어 올린다. 동시에 버티는 다리의 무릎을 굽혀 오금질 한다. 이때 올리는 발이 반대편 다리 허벅지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몸의 중심선상에 놓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발뿐만 아니라 무릎 쪽에도 의식을 두면서 다리를 끌어안듯이 올려차야 한다. 똑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양 허벅지 사이의 각도를 충분히 넓히고 제기를 차는 순간 등허리를 둥글게 만든다. 어찌 보면 엉거주춤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입체적 에스(S)곡선, 태극이 형성될 때 아랫배 속힘을 쓸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제기차기 동작의 주안점은 올리는 다리가 아니라 버티는 다리의 오금질이다. 무릎을 굽히며 발바닥으로 땅을 꾹 밟는데, 마치 밟는 힘의 반작용으로 다리가 저절로 올라오는 느낌으로 한다. 단순히 한쪽 발을 제꺽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두 다리의 상호작용에 집중하면서 동작을 수행한다.

다리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면 조금 더 복합적인 동작인 ‘손발치기’로 나아가보자. 마찬가지로 발을 벌려 선 다음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손등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다. 같은 요령으로 제기차기를 하는데 올라오는 발의 반대쪽 손으로 발 안쪽을 마주대고 다른쪽 손은 손목을 구부려 몸의 중심선을 따라 위로 들어 올린다. 손등으로 들어 올린 팔에는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아 허(虛)의 상태가 되는데 하지만 이것 역시 분명한 힘의 한 극으로서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발이 마주치는 순간 두 다리와 두 팔의 복합적인 에스 곡선이 형성됨을 볼 수 있다. 바지춤을 잡고 다리로만 제기차기를 할 때에는 하체 단련에 좀더 집중할 수 있다면, 손발치기는 손과 발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각 신체기관의 협응이 중시되는 동작에서는 마음의 눈으로 내 몸을 들여다보는 수행을 겸할 수 있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나의 몸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듯 마음의 눈으로 몸 곳곳을 두루두루 살피는 것이다.

글·사진 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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