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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브루셀라, 사람브루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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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산인 감염도…감기 비슷 진단 어려워 몸살…두통…피곤 감기인가? 헛다리
사람-동물 공통 전염병인 브루셀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소 등 일선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검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3일 질병관리본부가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소 등 동물한테서 옮는 사람브루셀라 환자가 2002년 경기 파주의 40대 농장주한테서 처음 발생한 이래 2003년 16명, 지난해 47명에서 올해 10월 말 현재 139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전체 검진 대상자는 3878명으로, 발병률이 5%나 된다. 그러나 검진 결과 브루셀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의사환자’ 276명까지 합하면 발병률은 12%대로 높아진다. 더욱이 검진은 주로 소브루셀라가 발병한 농장주와 가족, 수의사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농림부가 전국 소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브루셀라 검사 진척률은 7월 말 시점에서 33%였다. 검사가 진척되면서 환자가 늘어날 것은 뻔하다. 사람브루셀라에 걸린 이들은 대부분 축산 농민(88%)이나 수의사 등 소와 직접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브루셀라는 직업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2003년 고려대 의대에서 진료를 받은 한 환자는 소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비축산인(가축 부산물 상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브루셀라의 초기 증세는 감기와 비슷해 쉽게 진단되지 않는다. 더욱이 홍보 부족으로 보건소나 병원에서 아직 희귀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어 증상을 보여도 브루셀라로 진단받는 예가 드물다. 충남의 한 군에서 3년 동안 공중보건의를 지냈던 박아무개씨는 “보건소 의사들이 신경과나 감염내과 전문의가 아닌 이상 브루셀라를 쉽사리 진단하기 어렵고, 또 보건소 검사시설로 감별하기도 어려워 브루셀라 환자가 오더라도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혈청검사에서 음성으로 분류되면 증세가 있어도 약을 사먹지 못한다. 이들이 헌혈할 경우 브루셀라균이 들어 있는 혈액이 다른 환자에게 수혈될 수도 있다. 박형균 적십자사 대리는 “법정 전염병 감염군의 명단을 질병관리본부에서 넘겨받아 별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에이즈와 마찬가지로 브루셀라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이 헌혈한 혈액은 감별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인배 부여 녹십자동물병원 원장은 “브루셀라에 걸린 사람들이 여러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이 병을 의심하지 않아 몸속에 균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브루셀라에 대한 홍보와 감염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기동 질병관리본부 방역과장은 “내년 인수공통 전염병 예방관리 사업에 예산을 반영해 수의사 그룹의 브루셀라 감염 실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안영진 김양중 기자 kylee@hani.co.kr
몸살…두통…피곤 감기인가? 헛다리
감염뒤에도 진단 어려워
축산인 등 정기검진 필요
의사환자도 지속관리를 ㄱ아무개씨와 ㄴ아무개씨는 충남 부여에서 축산을 하는 이웃이다. ㄴ씨는 ㄱ씨 집에서 키우던 암소가 유산을 해 도와주고 난 뒤 1월 갑작스레 몸살을 앓았다. 감기려니 하고 말았는데 무기력증과 두통으로 고생하다 5월 마침내 충남대병원에 입원해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다 ㄴ씨로부터 “보건소에서 브루셀라 검사를 위해 혈액 채취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브루셀라에 의한 척추염으로 확진할 수있었다. ㄱ씨도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수술까지 받은 뒤에야 브루셀라 양성자인 것을 알았다. 수의사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축협에서 일을 한 뒤 몹시 피곤하고 운전할 때 1㎞도 못 가 졸려 병원에 갔지만 병명을 알 수 없었다. 3개월 동안 감기약만 먹다 보건소에서 질병관리본부에 혈청검사를 의뢰한 뒤에야 브루셀라에 걸린 것을 알았다. 두 달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고 나서 검사상으로는 치료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김씨는 ‘임의로’ 항생제를 구해 먹을 수 있었다. 브루셀라에 걸린 일반 축산농가들은 병원에서 치료가 됐다고 진단이 나와도 증세는 그대로 있는데 약을 사먹을 수가 없다. 의사환자의 경우도 증세가 있어도 진단확인서를 받을 수가 없어 약을 쓸 수 없다. 정읍의 한 농장주는 혈청검사에서 7차례나 음성으로 검진돼 의사환자로 분류됐지만, 8번째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고 나서야 약을 먹을 수 있었다. 2003년 전북 정읍에서 집단으로 발생한 사람브루셀라 환자 11명을 정밀 조사한 이창섭 전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국제적으로 사람브루셀라 증세로 고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된 데 견줘, 한국 환자의 경우 피곤함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은 한국이 이제 사람브루셀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검진체계를 확립하고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한영 충남동물병원 원장은 “소와 직접 접촉하는 농장주나 수의사, 인공수정사뿐만 아니라 축산물을 취급하는 도축장 근무자나 정육점 주인, 축산 관련 공무원 등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또한 ‘항체가’가 낮아 의사환자로 분류된 사람들에게도 투약을 하거나 지속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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