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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3 19:52 수정 : 2005.11.13 19:52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의건강과사회

중병으로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과 실랑이를 벌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환자는 수술이 끝난 뒤 병원에 남으려 하고, 병원은 환자를 내보내려고 하는 데서 발생하는 일이다.

병이 다 낫지 않은 환자가 퇴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하다. 섣불리 퇴원하면 회복 중에 합병증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 돌봐 줄 사람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환자 쪽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병원에 붙어 있으려고 한다. 또 “돈 내면서 있겠다는데, 왜 나가라고 하느냐”고 불평을 해댄다.

그러면 병원은 왜 환자를 빨리 내보내려고 할까? 병원 쪽은 입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골고루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병상회전율’이라는 말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 비율은 일정 기간 동안 병상당 입원 환자수를 뜻한다.

입원실이 꽉 차 있는 종합병원이라면 이 비율이 클수록 수익이 많아진다. 곧, 고가의 수술이나 검사를 한 뒤에는 의료비가 적게 드는 회복 기간의 환자를 빨리 내보낼수록 수익이 커진다. 지금도 대형병원의 경영 쪽에서는 이 비율을 높이라고 의료진에게 압력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주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석에서 “예전엔 치료가 끝났어도 돈이 없어 퇴원 못하는 환자를 ‘야반도주’시키기도 했는데, 이제 병상회전율이나 보고 있으니…”라고 한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은 병원들이 ‘비영리’라는 꼬리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드러내 놓고 이익을 추구할 수는 없다. ‘의학적으로’ 필요하면 수익이 줄더라도 입원 기간을 늘린다는 논리가 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처럼 영리병원이 허용돼 ‘자본’이 의학적 판단을 제치고 병원을 경영하면 어떻게 될까? 병상회전율은 그나마 점잖은 얘기가 되고, 환자를 아예 뒷전에 두는 갖가지 수익 창출 방법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실제로 영리병원이 있는 미국이 그렇다. 최근 ‘아시아보건포럼2005’강연에서 힘멜스타인 하버드의대 교수는 “미국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비영리보다 무려 19% 더 높지만, 사망률은 줄이지 못해 오히려 2% 더 높다”고 비판했다.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본’의 속성상 최근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 논의는 제주도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김양중 보건의료전문기자·의사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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