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퇴르연구소 전문가 “예전에도 발견됐던 것”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주 바이러스인 H5N1가 지금보다 훨씬 위험한 단계로 변이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베트남의 한 보고서 내용은 우려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파스퇴르연구소의 응웬 띠 킴 띠엔 원장은 14일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놀랄만한 성격의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H5N1 바이러스 유전자 배열의 변이도 주목할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사무소의 디다 코너 대변인도 바이러스 배열 변이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고 밝힌 뒤 H5N1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는 예전에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코너 대변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쉽게 변이를 하는 데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H5N1 변종이 발견됐다"면서 "그러나 유전자 배열의 변이가 인체감염 능력 등 바이러스 행동의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때로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금류와 인체에 발생한 AI 샘플들을 검사한 결과 항바이러스 성분인 아만타딘(amantadine)에 내성을 보였다는 파스퇴르연구소의 보고서와 관련해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한편 뚜오이 쩨(젊음), 탕니엔(청년) 등 현지언론은 이날 보건 소식통 등을 인용해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중부 꽝빙 성에 거주하는 한 학생이 계란을 먹은 뒤 AI 유사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같은 성에 거주한 78세의 여성 역시 심한 폐렴을 앓은 뒤 사망해 현지 보건당국이 혈액샘플을 채취해 AI 감염 여부 정밀검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촌개발부는 지난달 초 이후 지금까지 전국 64개 시.도 가운데 10개 시.도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촌개발부의 가축위생국장 겸 대변인인 부이 꽝 안 국장은 가장 최근에는 북부 지역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서 AI가 발생해 1천여마리의 닭과 오리가 집단폐사했다고 밝혔다.안 국장은 "감염 가금류에 대한 부적정한 격리 조치 등으로 실제로는 감염 지역이 이보다 훨씬 광범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심각성을 토로했다. 앞서 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기간 남부 지역에서 가금류와 인체에 발생한 AI 샘플 24개를 정밀검사한 결과 변이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특히 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변이해 포유류 세포 내에 증식되고 공격 능력을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실험한 모든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 성분인 아만타딘과 리만타딘(Rimantadine)에 내성을 보였다고 익명을 요구한 현지 소식통은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현존하는 AI의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포함된 오셀타미비르(Oseltamavir) 성분에도 내성을 갖고 있는 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떤 변이와 어떤 환경에서 인간 감염이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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