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8 10:04
수정 : 2017.06.28 10:26
수련, 지금 여기서 / 손뼉치기
설령 익숙지 않은 식재료를 만나더라도 제대로 된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만 갖추고 있으면 웬만한 한국음식은 만들 수 있다. 거기서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면, 기본 양념류의 맛은 소금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청정지역에서 얻은 질 좋은 천일염을, 그것도 몇 년에 걸쳐 간수를 뺀 것을 써야 제맛이 난다고 하니 도무지 단기간에 어찌해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듯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들을 지배하는 근원적 힘이 존재한다.
손뼉치기에 대한 흔한 오해가 그것을 손바닥 단련법쯤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사실 손바닥 표면의 부딪힘은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손바닥 표면의 마주침보다 중요한 것은 손뼉을 합했을 때 얻어지는 중심에 대한 감각이다. 어느 자세에서든지 팔을 뻗어 손뼉을 모으게 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중심선상에 놓이게 되면서 그 상황에서의 몸 움직임의 기준선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감각은 무술 수련자 특히 검 수련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염불수행을 하듯 손뼉치기 동작을 오랜 기간 반복하여 그 기운이 몸에 배게 되면 마치 최상의 소금으로 담근 젓갈처럼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손뼉치기 위아래치기 동작을 익혀보자. 먼저 발을 나란히 모으고 무릎을 가볍게 구부린다. 양팔을 곧게 펴고 손가락이 벌어지지 않도록 가지런히 모은 후 손바닥을 합하여 아랫배 높이에 둔다. 여기까지가 준비자세이다. 다음으로, 구부렸던 무릎을 펴고 뒤꿈치를 들면서 양팔을 크게 바깥으로 원을 그리다가 머리 위에서 손뼉을 마주친다. 이때 뒤꿈치를 바짝 들어서 발 앞축이 바닥에 수직으로 꽂히는 듯한 느낌으로 선다. 다리 사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볍게 안쪽으로 조여주면서 자신의 키를 최대한으로 늘인다는 생각으로 위치기를 한다. 위쪽에서 손뼉을 마주치는 순간, 손의 위치가 옆에서 보았을 때 세로 중심선보다 뒤편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오히려 약간 앞쪽에 두는 편이 낫다).
위치기를 하자마자 아래치기, 즉 준비자세로 돌아오는데 위에서 손뼉이 닿는 순간 의식적으로 가속도를 붙이면서 마치 튕겨 돌아오듯 손을 아래로 잡아챈다. 무릎을 구부린 아래치기 상태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1초가량 멈추면서 응축된 힘을 머금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발생한 기운이 몸 안으로 축적된다. 여기까지가 한 동작이다.
손뼉치기의 장점은 많이 반복하였을 때 (피곤하긴 해도) 몸에 크게 탈이 없다는 점이다. 점차 횟수를 늘려서 쉼 없이 300개에 도전해보자. 대개 강한 수련을 하게 되면 몸 어딘가에 어두운 맺힘이 발생하게 되는데, 손뼉치기는 강기이면서도 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몸이 굳지 않고 가뿐해진다. 손뼉치기를 많이 하게 되면 크고 밝은 기운을 몸 안에 배양할 수 있다. 건강할 때는 잘 알지 못하다가 심하게 몸살을 앓거나 수술을 하고 나서 기력이 쇠해졌을 때 아련하게 느껴지는 생명력의 원점 같은 것이 있다. 손뼉치기는 바로 그 생명의 중심을 건드려주는 운동이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무너지려고 할 때 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그 중심축을 두텁게 만들어주는 손뼉치기를 권한다.
글·사진 육장근(전통무예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