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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8 10:06 수정 : 2017.06.28 10:27

먹기살기

초복이 머지않다. 복날 우리 민족의 전통적 풍습은 복달임이다.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복달임은 삼계탕이나 보신탕. 그런데 이건 옳은 표현이 아니다. 삼계탕은 닭이 주재료이고 인삼과 대추는 보조재료인 까닭에 계삼탕이라 불러야 옳다. 또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보신음식의 이름은 개장·개장국·구장·지양탕 등으로 다양하지만 구탕 또는 구육보양탕이 제이름이다. 중국의 주나라에서는 복날에 개의 사체를 사대문에 매달아 액막이를 했다고 한다. 동시에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 뿌리기, 여행, 혼인, 병 치료 등을 삼갔다. 실제로 우리의 전통의학에서도 복날에는 침·뜸 치료를 삼간다.

그렇다면 수많은 음식 가운데 왜 구탕과 계삼탕이 복달임 대표음식이 되었을까? 음양학적으로는 더운 여름에는 화기가 체표면으로 몰린다. 현대 생리학적으로 풀자면 피부 쪽의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많이 몰려 있게 된다. 오행논리에 따르면 화생토라 상대적으로 우리 몸 내부에는 화기가 부족해 토기인 비장과 위장이 약해진다. 더위가 극에 달하는 복날, 토기인 개고기를 먹어 비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다. 기운의 균형을 맞추는 게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니까. <동의보감>에도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양기를 도와서 양물을 강하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족한 토 기운을 직접 보완해주는 방식이다. 그런가 하면 닭은 목기에 해당한다. 목생화의 원리로, 직접 화기를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화기를 살리는 목기를 보충해 주는 간접 보완방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목극토라 목기는 비위를 극한다. 그래서 아예 음식을 요리할 때 토기의 대표 격인 인삼과 대추를 넣어 펄펄 끓이는 것이다. 목기의 상생성은 살리고 상극성은 미리 소모시켜 성질을 바꾸어버리는, 탁월한 지혜가 만들어낸 조리법을 통해 비로소 식보약보(食補藥補)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혈압 성향이 있거나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계삼탕에 들어 있는 인삼이나 대추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믿음이 가지 않으신다고? 그렇대도 뭐 할 수 없다. 자신이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는 게 인생이니까.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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