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8 11:22
수정 : 2017.06.28 11:37
외발로 서서 버티기
새나 글라이더가 바람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면서 날 수 있는 자유를 구가하는 모습과 견주어 보면, 사실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 쉴 새 없이 힘을 내뿜고 있는 제트기의 모습은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도 쓰러지지 않고 바르게 서 있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투쟁과 몸부림이 요구된다. 절대자로부터 부여된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삶의 입법자가 되기로 선언한 이후 인간은 자유를 얻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데서 오는 불안과 분열에 시달리면서 허무와의 지난한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 몸 수련의 주제는 ‘외발로 서서 버티기’이다. 무거운 실존적 고민에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효과는 보장할 수 있는데, 즉각적이고 순수한 몰입을 통해 상념을 털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 다리를 들게 되면 몸이 흔들리기 마련인데 이렇듯 육신에 시급한 과제가 부여되는 순간 그동안 고매한 사유를 좇아 외유하던 정신력들이 일시에 회귀하여 몸에 밀착하게 된다.
먼저 발동작이다. 편안하게 선 다음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며 버티는 다리는 가볍게 오금질한다. 올라간 발의 안쪽 면을 버티는 다리의 무릎 옆에 갖다 대는데, 이렇게 하면 들어 올린 허벅지 근육의 부담이 경감되고 몸 전체의 안정감이 확보되면서 기운이 지면에 닿은 발바닥과 하단전으로 더욱 분명하게 집중된다.
손동작은 마지막 완성형부터 살펴보는데, 두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여 엄지와 검지의 연장선이 삼각형을 이루도록 하고 그것을 상향 45도로 받쳐드는 것이다. 이때 마치 농구공을 감싸 쥐듯 새끼손가락이 바깥쪽으로 둥글게 돌아나가며 입체적인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팔꿈치는 완전히 펴지지 않으며 적당히 구부러진 두 팔이 하나의 원을 이루게 된다.
과정 동작은 다음과 같다. 두 손을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겨드랑이 앞쪽에 끌어올린 다음 외발이 형성되는 때에 맞춰 손바닥이 정면을 바라보도록 돌려세우면서 위쪽으로 밀어낸다. 이때 턱 앞에서 밀어 올리는 옹졸한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가슴을 충분히 열면서 두 손이 귀 옆을 지나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외발 삼각밀기의 동작이 완성되었으면 마지막으로 미간으로부터 시작된 한줄기 빛이 삼각형의 정중앙을 통과하여 허공으로 뻗어나간다는 생각으로 의식을 집중한다. 단, 눈으로 삼각형의 중심을 직접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시선을 약간 낮추어 삼각손 아래로 지나가도록 한다. 충만한 힘으로 이루어진 조화와 그로부터 찾아드는 고요함을 음미하면서 서서히 평정의 상태로 진입한다. 완성된 자세로 멈춰 있는 시간은 15초에서 1분 이내로 한다. 한번 기분 좋게 형성된 기운이 수명을 다하면 그때 발을 바꾸어준다. 중간중간 흔들림의 징조가 나타나면 외형적 균형을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내적인 힘을 더욱 순도 높게 뽑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트기가 강력한 추진력으로 곧게 나아가듯이 기세 있게 뻗어나가는 힘으로 바로 서야 한다.
생각의 가지들이 자라나 머리가 무거워지려고 할 때, 주저 없이 한쪽 다리를 드는 거다. 그리하여 다시 몸으로, 생각과 몸이 단단히 맞붙게 되는 그 순간으로 향하자. 그렇게, 흔들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되 또한 그곳에서 언제나 굳건히 서 있기를!
글·사진 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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