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22 06:51 수정 : 2005.11.22 09:15

황우석 교수 ‘윤리 논란’ 확산

‘연구원 난자 제공설’ 부인해와 신뢰 떨어져
‘150만원 보상’실비 아닌 대가로 판단 여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난자를 제공· 이용하거나 유인·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생명윤리법 제13조 3항

21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연구용 난자를 얻는 과정에 매매된 난자뿐만 아니라 연구원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황 교수 연구에 큰 시련이 예상된다.

<네이처>가 지난해 4월부터 연구원의 난자 제공설을 제기했음에도 황 교수팀은 “난자 제공을 통해 직업적 이득을 받은 사람이 없다”고 밝혀왔다. 또 2004년 2월 <사이언스>에 ‘인간배아줄기세포 세계 최초 추출’ 논문을 실을 때 부속문서를 통해 난자 제공자들이 자발적으로 응했고, 금전적 대가나 직업적 이득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구영모 울산의대 교수는 “난자 제공자에게 지급된 150만원을 실비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이언스>는 일단 난자 제공자들이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이언스>는 18일 기사를 통해 공언했던 대로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 잡지는 20일 국내 한 언론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증거에 기초해 경우에 따라 영구적으로 남을 (논문) 기록을 수정 또는 정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언스>는 2004년 논문에 대해서만 벌칙을 가하고, 올해의 논문은 흠이 없는 것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논문이 취소돼도 연구 실체는 남아 있는 것이어서 줄기세포 연구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윤리적 파문이 황 교수에 대한 국제 생명과학계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에 따라 국제적 연구협력이 어려워지면 아직 기술이 뒤떨어지는 영장류 복제 연구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 공신력이 떨어져 국외 생명공학계의 협조를 바탕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세계줄기세포허브 구축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울러 <사이언스>는 물론 다른 과학저널들도 한국에서 제출되는 논문에 대해 높은 윤리적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여 국내 과학자들이 국제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기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황 교수팀의 연구는 자발적 난자 기증자들의 모임이 잇따라 결성되고, 올해 1월1일 생명윤리법이 발효되는 등 연구용 난자 취득과 관련한 윤리 문제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사이언스>에 실은 두번째 논문 ‘환자 맞춤 치료 복제배아줄기세포 추출’은 생명윤리법을 준수해 이번 윤리 논란 시비에서 벗어나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논평을 내어 “이번 사안이 비록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 하나 난자 매매를 금지하는 현행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곧 황 교수가 입장을 표명하면, 그 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황 교수 연구에 대한 향후 지원과 관련해 뚜렷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국제 과학계의 반응이 차가운 쪽으로 기울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금처럼 세계줄기세포허브 등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기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방송보도 하루 앞두고 회견 자청

‘피디수첩’ 취재로 논란 재점화
이 과정서 섀튼교수 정보 얻은듯

난자 이용 배아줄기 세포 연구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실시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는 지난해 4월에 처음 제기됐다.

지난해 4월 <네이처>는 황 교수팀 연구원인 ㄱ씨가 “(본인을 포함한) 연구실 여성 2명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ㄱ씨가 “영어 실력이 달려 오해를 빚었다”고 해명하고, 황 교수 등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강력히 부인을 하면서 파문은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5월 <사이언스>가 황 교수팀의 두번째 논문을 게재할 때 난자 기증 과정의 윤리적 논란을 지적하는 밀드레드 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글을 함께 실으면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과정에 <문화방송> 피디수첩 취재팀이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하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피디수첩 쪽은 애초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허위라는 차원에서 취재를 시작해, 연구팀과 심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황 교수팀은 연구성과와 관련한 자료를 모두 취재팀에게 넘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디수첩 쪽은 연구성과의 과장 발표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국내 기관에 검토를 의뢰하는 한편, 취재 도중 포착된 연구원의 난자 및 매매 난자 제공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취재팀은 10월 섀튼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차례 만났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우리가 섀튼에게 취재한 것은 주로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평가였고, 논문이 실리는 과정에 어느 정도 내용을 검증했는지 등을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 연구팀을 잘 아는 관계자는 “피디수첩 취재팀이 미국의 섀튼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한국에서 온 박사후과정 연구원 2명을 취재했다. 이때 섀튼 교수가 ‘(황 교수가) 자신을 오도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보’를 얻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디수첩 제작진은 “미국에서 섀튼 교수를 만난 적이 없다”며 “한국 방문 때도 우리가 황 교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섀튼 교수가 느끼도록 하는 질문이나 정황은 만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사를 진행 중인 서울대 수의대 기관심사위원회와 황 교수팀도 피디수첩의 취재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피디수첩이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매매 난자 제공 사실을 보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 이사장이 먼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근영 윤영미 기자 kylee@hani.co.kr


“황 교수 몰랐다 해도 검증 소홀 도의적 책임”

학계 “솔직한 사과뒤 윤리준수 확약을” 충고

황우석 교수팀 연구 논란의 핵심은 연구원 난자 기증과 매매 난자 사용이 법적·윤리적 측면에서 정도를 얼마나 벗어났는지이다.

우선 국내외 실정법이나 관련 규정상으로는 ‘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은 제13조 3항에서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또는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난자 매매 금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올해 1월1일 발효됐다. 황 교수팀 연구와 논문 게재가 이뤄진 시기는 2003~2004년이어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21일 ‘대국민 발표문’에서 “일부 미국 언론들이 미국과학아카데미의 복제에 대한 조항을 근거로 난자 제공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2003년 12월8일 문서화됐다”고 주장했다. 또 난자 기증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RC)의 ‘인간배아와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지침’도 올해에야 명문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 측면에서는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약한 피험자’인 연구원을 임상시험 등에 동원하지 않는 것이 의·과학계에 통용되는 국제 윤리규범이기 때문이다. 세계 윤리학계와 생명공학계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전문저널들로부터 논문 취소나 수정 등 벌칙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제 학계의 윤리규정은 인류가 나치의 생체실험 전범 처벌 과정을 거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 법보다 우선해 지켜져야 할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생명공학계와 윤리학계에서는 황 교수팀이 투명하게 조사해 결과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와 함께 앞으로 윤리규정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연구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은 “미즈메디병원 쪽이 황 교수팀에 매매 난자나 연구원 난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제공을 했다고 해도, (황 교수가) 윤리적 검증을 소홀히 한 책임까지 면제될 수는 없다”며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당당히 사과하되, 한국 상황과 미국 정서가 다르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신익 인제의대 교수는 “과학계가 국제적 표준과 관행을 무시하고 문화 차이를 강조해 국면을 돌파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국내 생명윤리 체계를 확고히 해 국제적 인정을 받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