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 사퇴로 당분간 운영 차질 불가피할 듯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가 24일 공식 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앞으로 이 허브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구의 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았던 황 교수가 앞으로 실험실에서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배아줄기세포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또한 황 교수와 함께 연구의 한 축을 맡았던 안규리 서울대의대 교수마저 대변인역 사퇴의사를 밝히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여서 당분간 세계줄기세포허브는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줄기세포허브에 미칠 영향과 황 교수의 거취 등을 종합해 본다. ◇ 세계줄기세포허브는 어떤 곳 황 교수가 소장직을 맡아 온 세계줄기세포허브는 인간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와 교육, 줄기세포주 축적 등의 중심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 허브가 한국에 개설된 것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줄기세포 연구 분야를 우리가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또한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전세계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한 배아줄기세포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세계 줄기세포허브'라는 이름의 기관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높아진 우리 연구팀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허브 출범 당시 "세계줄기세포허브는 전 세계의 환자들에게 공동 연구 성과물을 공급하고 정보를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이제 전 세계 줄기세포의 주축이 됐다"고 말했다. 허브는 줄기세포 분야에서 `허브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즉 인간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적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제대혈, 골수 등의 성체줄기세포를 포함한 모든 줄기세포의 등록, 보관, 분양 등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부적으로 ▲핵이식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특화 ▲연구활성화를 위한 줄기세포 관련 강좌와 국제연구발표회 개최 ▲각국 허브에 줄기세포 분양 등의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 줄기세포허브 운영 차질 불가피 황 교수의 소장직 사퇴가 줄기세포허브 운영이 미칠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이고 있다. 우선 줄기세포허브가 미국과 영국 등의 줄기세포 연구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황 교수가 빠짐으로써 다른 해외 연구팀들과 제대로 협력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지난 12일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할 때부터 예견돼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해도 황 교수가 소장직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상황이 지금보다 나았던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섀튼 교수의 경우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해내지 못한 데다 줄기세포를 만드는 세부적 기술에서는 황 교수팀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점이 그 이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약 황 교수가 2선으로 후퇴할 경우 황 교수를 믿고 협력을 약속했던 외국의 다른 줄기세포 전문가들이 예전처럼 허브에 협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허브는 황 교수를 믿고 정부가 지원해 준 것으로 안다"면서 "황 교수가 2선으로 빠진다고 해도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연구책임자가 선임된다고 해도 황 교수가 여전히 연구팀에서 연구를 할 것이고, 오히려 그가 연구에 투자하는 시간은 늘어나는 만큼 연구역량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요지다. 또한 과도한 업무부담과 언론의 조명에서 벗어남으로써 좀 더 자유롭게 연구자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사퇴한다고 해서 허브 운영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과학자가 다시 과학자의 길로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http://blog.yonhapnews.co.kr/scoopkim 김길원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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