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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4 16:28 수정 : 2005.11.24 16:31

침통ㆍ착잡ㆍ회한…외롭고 참담했던 1시간의 황교수 회견

24일 오후 서울대수의대 3층 강당에는 황우석 석좌교수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섰다.

늘 자신감있는 표정과 언어로 대한민국 과학과 생명공학계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황 교수. 그러나 이날 200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황 교수는 이날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간간이 한숨을 짓고 때로는 구쳐 오르는 눈물을 참아내느라 울먹이는 등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자신을 궁지로 내몬 대상에게도 예우를 보이는 등 특유의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는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에 대해서 "연구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서 이끌어줬으며 그분의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섀튼 교수와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여지를 남겼다.

황 교수는 평소답지 않게 ` 슬프다', `침통', `참담', `착잡', `외롭다'는 비관적인 말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적절한 비유와 직설법을 동원한 감성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처지를 국민들에게 공감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외국 연구자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나왔을 때 저는 대한민국도 해낼 수 있구나하는 민족적 자신감을 맛보았습니다."

황 교수는 매일 오전 6시 5분 핵심 연구원들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구실에 모여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기울여왔다며 그간의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아마 지금쯤 제가 이 일을 시작해서 똑같은 과정을 밟았더라면 오판이나 실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제 눈앞에는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며 세상을 앞서가는 선각자로서의 한계를 표현했다.

황 교수가 열정적이었던 연구활동을 회상하며 목이 매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자 이를 바라보는 서울대 교수진 등 참석자들도 눈물을 흘리는 등 침통함이 회견장을 짓눌렀다.

황 교수는 "외국에서도 성공못하는 난공불락인 것을 우리가 했다. 그때 그 심정은 제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제 난자를 뽑아서 실험을 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며 당시 연구원의 난자 기증에 대한 불가피했던 상황을 대변했다.

황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과학계의 발전을 위한 간곡한 부탁을 국민에게 드리는 것으로 회견을 매듭지었다.

"채찍과 돌팔매는 저 하나로 몰아주십시요. 어려운 처지에도 미래 과학에 자신의 일생을 바쳐보겠다고 저처럼 열심히 꿈을 가꿔가고 있는 분들의 뜻이 제발 꺾이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황 교수가 회견을 마치고 얼굴을 떨군 채 빠른 걸음으로 회견장을 빠져나가자 사진 기자들 사이에서 "따라가지 맙시다"라며 취재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창욱 기자 pcw@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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