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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5 13:40 수정 : 2005.11.25 17:59

황우석 교수 논란과 내셔널리즘에 대해

최근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을 보도한 MBC 피디수첩에 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른바 네티즌들의 몰매에 이어 기업들도 피디수첩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려 한다고 한다. 담담 PD에게는 ‘반역자’라는 협박 문자가 날아들고 피디수첩에 항의하는 촛불시위까지 벌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는 최근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경제학적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그 '효율성'논리가 내셔널리즘과 만났을 때 얼마나 가공할만한 위력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이른바 '네티즌'들의 수준 이하의 욕설에 대해서는 차치하도록 하자. 언제나 그래왔던 일이다.).

피디수첩의 방송을 비난하는 이들의 논리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피디수첩의 '비난방송'으로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만신창이'가 되어 '완전중단'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둘째,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지체되어 연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 고통을 겪게된다는 것이다.

셋째, 황 교수의 연구가 지연됨으로서 '국익'에 막대한 손해가 온다는 것이다. 장차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 생명공학산업, 특히 황 교수의 노력으로 앞서나가게 된 줄기세포 분야의 기술개발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니 뭐니하는 허울좋은 껍데기는 내던지고 전국민이 '일치단결'하여 '국익'을 위해 '총진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이번 '황 교수 사태'를 촉발한 것은 MBC 피디수첩이 아니다. 이 '사태'가 이슈가 된 것은 새튼 박사가 황 교수와 윤리 상의 이유로 결별을 선언하고 네이처가 황 교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데서 비롯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황우석 교수 스스로 고백했듯이 황 교수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 가장 큰 '사태'의 발생원인이다. 황 교수 자신도 이 점에 대해 솔직히 사과했는데, 어째서 피디수첩을 비난하는 이들은 그조차도 인정할 수가 없단 말인가.

2004년부터 논란이 불붙은 이 문제가 이미 국제적 문제로 비화된 이상, 국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입다물고 쉬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필자는 MBC 피디수첩 제작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연구 초기부터 로마 교황 등으로부터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어 온 줄기세포 연구가 큰 타격을 받게된 것은 '거짓말'때문이지 '거짓말'을 파헤친 피디수첩 때문이 아니다.

더욱이 어차피 '거짓말'에 대한 정보가 이미 네이쳐 지나 새튼 박사 등 외부로 빠져나간 이상 오히려 피디수첩은 이 문제가 국제적 망신이 되지 않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언론에 의해 '사태'의 진실이 폭로되고, 황우석 교수가 사과하는 상태라면 과연 피디수첩을 비난하는 이들이 지금처럼 살기등등하게 나설 수 있을지 묻고 싶다.

다음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지체되어 줄기세포 연구의 혜택을 입게될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이 주장은 일견 휴머니즘 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연구에 차질을 빚은 책임은 앞서 지적했듯이 MBC가 아니라 황 교수 자신에게 있다.

필자는 난자를 연구를 위해 이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고통받는 환자들의 입장을 내세우는 이들이 과연 '기술은 있어도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을 못 가는 사람들에 대한 단계적 무상의료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지 묻고 싶다. 아마 '국익'과 '성장'을 위해 결사반대하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라 짐작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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