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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멍에는 미래를 유보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황우석 교수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에서 난자 수급에 관한 진실을 밝히며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한겨레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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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DNA지문검사 결과, 대부분의 샘플에서 DNA가 검출되지 않아 검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시료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황 교수팀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DNA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안좋은' 검체를 PD수첩에 건넸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황 교수팀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PD수첩은 DNA지문분석 수치가 기대에 못미치게 나오자,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던 환자의 모근세포를 유전자 검사업체에 검사를 맡겼다. 그 결과 모두 환자의 DNA와 일치한다는 검사결과를 얻었다. 황 교수팀이 건네준 검체의 DNA수치는 거의 판독이 불가능했지만, 모근세포에 대한 DNA지문분석에서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 수치가 나왔다는 것은 황 교수팀이 제대로 된 검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왜 검체를 PD수첩에 줬을까? = 물론 계약서를 쓰는 등 나름의 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PD수첩이 요구하는 대로 황 교수팀이 검체를 건네준 것도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황 교수팀이 뭔가를 숨기려고 했으면, 검체를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는 범인이 범죄현장에 있던 물증을 직접 수사관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황 교수팀은 "PD수첩이 배아줄기세포가 가짜라고 하기에 하도 기가 막혀서 줄기세포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자신있다'는 생각에 검체를 내줬을 텐데, 15개 검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검사에 자신이 있었다면 제대로 된 검체를 줘야 정상적일텐데, 분석결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숨기려면 아예 검체를 주지 말든지, 자신 있었다면 확실한 검체를 주든지 했어야 한다는 게 법의학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왜 2차 검증을 거부하나 = PD수첩은 자체 검증결과, 황 교수팀이 제공한 배아줄기세포 5개중 2개가 DNA불일치라는 결과를 제시하며, 보다 확실한 검사결과를 위해 계약서 대로 재검증을 요구했으나, 황 교수팀은 검증 결과와 검증 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학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황 교수팀과 PD수첩이 논쟁적 대결을 접고, 믿을 만한 제3의 기관에 검증을 맡겨 끝없는 진위 공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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