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해 피디수첩 팀이 기자회견을 연 2일 오후, 취재진이 몰려든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경영센터 회의실에서 최승호 책임프로듀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DNA 판독 불가… ‘시료에 문제가 있었나’ PD수첩의 불일치 해석…‘과학적으로 타당한가’
'왜 데이터 수치가 제대로 안 나온 것일까?' MBC PD수첩과 황우석 교수팀 간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공방을 지켜보면서 국내 줄기세포연구가와 법의학 전문가, DNA분석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DNA지문검사에서 정상적인 시료라면 판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DNA지문이 안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DNA검사는 아주 극소량의 혈흔에서도 DNA를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도를 자랑한다. ◇황 교수팀이 PD수첩에 준 시료는 = 배아줄기세포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PD수첩이 황 교수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시료는 미분화 상태의 배아줄기세포주 5개(2,3,4,10,11번)와 체세포배양 접시에서 분리한 체세포 5개, 배양접시바닥에 있는 바탕영양세포 5개 등 모두 15개였다. PD수첩은 이를 다시 4개의 세트로 나눠 한 세트는 서울대 안규리 교수가 지정한 변호사에게 주고, 나머지 3개 세트는 검증용으로 사용했다. 다시 말해 원래 받은 15개 시료를 시료별로 각각 4등분해 총 60개의 검체를 만들고, 이 중에서 15개는 변호사에게 맡기고, 나머지 45개를 검사에 썼다는 것이다. PD수첩은 한 세트는 유전자 검사업체 아이디진에, 또 한 세트는 국내 대학 법의학교실에 검사를 맡겼다. 아이디진에서 1차 검사한 결과는 15개 검체중에서 1개에서만 DNA데이터 수치가 나오고, 나머지 14개에서는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국내 대학 법의학교실의 검사결과 역시 15개 검체 모두에서 DNA지문이 검출되지 않아, 판독이 불가능했다.이에 따라 PD수첩은 자체 보관용으로 가지고 있던 또 다른 한 세트, 15개 검체를 아이디진에 다시 검사토록 했으나, 검체 상태가 불안정해 판독이 불가능했다. 즉 아이디진이 PD수첩의 의뢰를 받아 검사한 검체는 모두 30개였으며, 2차례의 검사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가 나온 검체는 1개뿐이라는 것이다. 유일하게 명확한 DNA지문이 나온 것이 바로 PD수첩이 의혹을 제기하는 2번 배아줄기세포다. PD수첩는 국내 전문가를 통해 문제의 줄기세포 DNA를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실린 환자의 DNA와 비교한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줄기세포가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는 말이다.
|
황우석 교수가 11월22일 밤 방영된 PD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에서 연구원의 난자 사용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 교수팀과 PD수첩 쪽은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진위를 놓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
◇왜 판독불가가 나온 것일까 = 아이디진의 김은영 검사팀장은 "대부분의 검체에서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검체의 DNA가 극미량이거나 검체의 상태가 좋지 않아 DNA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에 사용된 시료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국내 법의학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샘플의 '질'에 문제가 있었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시료라 하더라도 운반이나 검사 과정에서 시료가 오염됐거나, 아니면 DNA를 검출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적은 시료를 줬거나 하는 등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이정빈 교수는 "시료의 양이 너무 적거나 아니면 보관상태가 불량해 아예 처음부터 죽은 세포가 들어있는 변질, 부패한 시료이거나, 검사과정에서 시료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아 줄기세포 전문가 마리아생명공학 연구소 박세필 소장도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PD수첩이 애초 황 교수팀으로부터 받은 15개 시료를 60개의 검체로 나누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판독을 내릴 만한 샘플량을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PD수첩측은 황 교수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애초부터 DNA검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쪽으로 시료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PD수첩의 한 관계자는 "시료를 검사업체에 전달하는 과정은 황 교수팀이 지정한 분자생물학 전공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기 때문에 시료가 오염될 확률은 거의 없으며, 검사과정에서도 아이디진이 실험자의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실험자의 땀 등이 시료와 섞이는 등 오염될 때는 금방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운반이나 검사과정의 실수, 시료의 오염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 불일치 판정 유효한가 = PD수첩은 모두 세차례의 DNA검사에서 총 45개의 검체를 검사했으며, 이 중 첫번째 검사에서 1개 검체, 즉 2번 배아줄기세포에서 유효한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문제의 배아줄기세포가 사이언스 논문의 환자 DNA와 일치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황 교수팀에 의혹을 보내고 있다. PD수첩 한학수 PD는 "2번 줄기세포에 대한 3차례의 검사 중 1차례만 판독이 가능했지만 논문의 유전자 검사와 `불일치'로 판정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비록 첫번째 검사에서 2번 배아줄기세포에서만 유의미한 DNA수치가 나왔지만, 이를 사이언스 논문 2번 줄기세포의 DNA와 비교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당연히 불일치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이정빈 교수도 "한 검체를 가지고 여러 검사기관에서 같은 기술로 검사를 해 유효한 결과는 한 번 나오고 판정 불가가 두 번 나왔다 하더라도 유효한 결과가 나온 검사를 당연히 인정해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PD수첩이 의뢰한 DNA지문분석 판독요청에 대해 황 교수팀이 검체로 제공한 2번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사이언스 연구논문의 환자 유전자 검사 정보와 `불일치'한다고 구두로 통보했다. ◇ 황교수팀 "DNA 검사결과 오류 투성이" =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는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PD수첩이 DNA 검사결과를 토대로 분석을 의뢰한 데이터는 과학적 오류 투성이"라고 밝혔다.
|
황우석(가운데)·이병천(왼쪽) 교수팀이 지난 8월3일 낮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잔디밭에서 세계 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개 ‘스너피(오른쪽)’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그는 그 이유로 우선 PD수첩측에 제공한 영양세포 5개의 경우 동일한 쥐에서 추출한 세포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결과가 같게 나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PD수첩이 보낸 결과를 보면 이들 5개 세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강 교수는 "PD수첩에 건넨 영양세포는 모두 같은 쥐에서 추출한 것"이라며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한 검사결과는 같아야 하는데도 차이를 보인 것은 실험 자체가 오류가 있었던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D수첩이 법의학자들에게 결과 분석을 의뢰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면 `불일치' 분석을 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3차례의 검사 중 1차례 검사에서만 마커를 확인하고, 이를 논문과 비교해 `불일치'라고 하는 것은 과학을 모르는 처사"라며 "이는 누가 봐도 어느 부분에선가 실험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개의 DNA가 논문과 `불일치'로 나온 이상 줄기세포를 신뢰할 수 없다는 PD수첩의 주장에 대해서도 "3차례에 걸친 분석 데이터를 모두 보여주고 분석을 의뢰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국과수의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PD수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부 결과만 가지고 분석을 의뢰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시료 자체가 잘못됐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PD수첩에 건넨 시료는 인큐베이터에 보관 중이던 것으로 배양 접시 통째로 건넨 것"이라면서 "배양 접시에 있던 시료를 4개 샘플로 담는 일은 우리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PD수첩과 동행했던 과학자가 했다"고 반박했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