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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과일이야, 의약품이야? |
크랜베리로 충치예방까지
미국의 추수감사절 식탁에는 칠면조 고기와 크랜베리 소스가 빠지지 않는다. 크랜베리는 북미 대륙에 자생하는 붉은색 열매다. 백인들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소변을 보기 거북할 때 이를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과일이면서도 의약품처럼 쓰이던 크랜베리의 효능이 최근 들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1990년대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크랜베리를 꾸준히 먹으면 방광염이나 요도염 등 각종 비뇨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혀냈다. 또 이들 질환의 재발 위험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광이나 요도 안쪽의 세균들은 요도 벽에 붙은 뒤 증식한다. 그 뒤 염증을 일으키는데, 크랜베리의 특정 성분은 이들 세균이 요도 벽에 달라붙지 못하게 방해한다. 결국 염증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요도염이 있으면 크랜베리 주스를 꾸준히 마시라고 권한다. 왕성한 성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파트너를 위해 귀 담아 들을 만한 정보다.
크랜베리의 효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충치까지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더해졌다. 뉴욕대학 구강생물학자들은 크랜베리 주스가 치아 표면에 세균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한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충치 균은 치아 표면에 붙어야만 충치를 만들 수 있으므로 이들의 연구결과는 크랜베리 주스가 충치예방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원리로 과학자들은 크랜베리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위벽에 붙지 못하도록 해 위염이나 위궤양에도 효과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크랜베리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는 강한 항산화작용을 해 노화를 늦추는 구실을 한다.
이처럼 다양한 효능을 지닌 크랜베리지만 혈전증 치료제인 와파린을 먹는 사람들은 이 과일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다른 과일보다 칼로리는 높다는 점이 몸무게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크랜베리는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과일이지만, 예전보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연구에 사용된 크랜베리 주스들은 설탕 및 다른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순수 원액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신맛이 매우 강해 먹기 거북하다면 다른 음식을 곁들이면 좋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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