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9 19:05
수정 : 2005.12.10 21:24
소장 과학자들 검증 촉구 파장
“과학자 손으로 과학신뢰 찾자” 목소리
미국은 “증명의무 의심받는 쪽에” 규정
서울대에 이어 카이스트·포스텍의 소장 교수로 퍼진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검증 요구 움직임은 ‘과학에서 제기된 문제는 과학자가 풀어야 한다’는 반성에서 시작했다. 또한 세계 과학계의 표준에 맞는 검증 체계를 갖춰야 향후 한국 과학계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앞으로 많은 논문을 국제학계에 제출해야 할 소장학자들을 자극했다.
과학적 정직성에 주목=소장 과학자들은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문제를 거론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이들이 검증 필수론을 적극 제기한 것은 줄기세포 사진 중복과 디엔에이(DNA) 지문 의혹이 인터넷 등을 통해 번지면서 논문의 진실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진 중복은 줄기세포 진위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단순한 실수’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학자로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면서 이런 허술한 측면을 담고 있다는 것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디엔에이 지문 의혹은 논문의 진실성을 넘어 연구 성과 자체의 진위에 대한 의문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소장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논문의 오류 의혹에 대해서는 과학자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단체행동의 원동력이 됐다.
이들은 황 교수팀의 오류 보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과학계 스스로 논문을 검증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과학계 전체가 외국 과학계로부터 진정성과 자정능력을 의심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표준에 걸맞은 체제 갖춰야=우리나라 대학에 국제 표준에 걸맞은, 연구과정 및 결과물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소장학자들의 위기의식을 부추켰다. 외국 유수 대학에 설치돼 있는 연구윤리국이 갖춰진 국내 대학은 하나도 없다. 황 교수의 연구도 2004년에는 서울대 수의대에 기관생명윤리심사위원회(IRB)조차 없어 한양대 기관심사위의 심의를 받았다. 2005년 연구 때에야 부랴부랴 수의대 기관심사위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수의대 기관심사위는 이번 ‘난자윤리’ 심의 때조차 정상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문을 사고 있다. 서울대에 본부 차원의 기관심사위(위원장 박은정 법대 교수)가 구성된 것은 올해 9월이다.
대다수 생의학 관련 외국 저널은 논문 제출 때 연구과정의 동물실험에 관해 ‘동물실험위원회’를 거쳤다는 것을 알리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조차 동물실험과 관련한 관리규정을 올해 초에야 마련했다. 국내 연구자들이 외국 저널에 논문을 낼 때 소속 기관이 정한 지침에 따라 실험을 했다고 적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의 한 연구원은 <네이처>에 논문을 냈다 실험동물 관리상태가 문제가 돼 게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김현주(아주의대 교수) 대한의학유전학회 회장은 “전문가 집단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대에서 자체 검증을 가장 먼저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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