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2 19:15
수정 : 2005.12.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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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도 연루 10년뒤 무혐의 판명도 ‘황우석 논문’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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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도 연루 10년뒤 무혐의 판명도
서울대가 12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대 조사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논문 검증 체계를 갖추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에서 발생했던 과학적 부정행위는 어떻게 조사했는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연구결과 꾸며내 MIT 교수직 파면
MIT의 파레이스 교수 사건=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은 10월27일 루크 반 파레이스 생물학과 부교수를 연구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파면했다. 파레이스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자신이 속한 암 연구센터 연구자들한테서 과학적 부정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교 원로들이 한 조사에서 그는 “논문 하나와 몇몇 글, 연구제안서에 쓰인 결과를 조작하거나 꾸며냈다”고 자백했다. 그는 면역체계의 기능과 리보핵산 간섭(RNAi)에 관련한 논문을 20편 가량 출판했다. <네이처 제네틱스>에 실린 2003년 논문은 247번, 1998년 주저자로 발표한 <사이언스> 논문은 461번이나 인용됐다.
공저자에는 노벨상 수상자들인 필립 샤프 MIT 석좌교수와 데이비드 볼티모어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총장이 포함됐다. 그는 연구비 일부를 연방정부에서 받았다. 이 때문에 보건부 산하 미국 연구윤리국(ORI)도 곧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검증단 재현 실패 논문 계속 논란거리
퍼듀대의 탈레야칸 교수 사건=미국 퍼듀대의 루지 탈레야칸 교수는 2002년 3월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사이언스>에 “아세톤 용액이 담긴 비커를 진동시키며 고속의 중성자를 쏘면 기체방울이 생성됐다가 터지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섬광과 함께 온도가 수백만도가 올라간다”는 논문을 실었다. 음파발광(sonoluminescence)으로 알려진 이 현상은 오래 전부터 관찰됐으나, 탈레야칸 교수팀이 처음 실현했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상세하게 검토했으나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연구결과를 비평하는 글을 동시에 게재했다.
탈레야칸과 같은 연구소에 있던 단 샤피로는 재현 실험을 했으나 실패하자, 돈 케네디 <사이언스> 발행인에게 여러 차례 논문 게재 유예를 요청했다. 그러나 케네디 박사는 “우리의 임무는 중요한 과학적 성과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해석은 과학자의 몫”이라며 거절했다.
사회적 논란이 일자 <비비시방송>은 같은 해 세스 퍼터맨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등 전문가들로 검증단을 구성해 실험 재현을 시도했다. 검증단은 재현에 실패했고, 탈레야칸의 논문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8일 한편꼴 발표 데이터 완벽해 의심
벨연구소의 헨드리크 쇤 연구원 사건=벨연구소의 얀 헨드리크 쇤은 2001년부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응집물질물리와 나노기술 분야 연구논문을 8일에 하나 꼴로 발표했다. 그해 분자규모의 유기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는 <네이처> 논문은 그를 일약 세계적 과학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물리학계에는 그의 데이터가 너무 완벽해 오히려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급기야 리디아 손 버클리대 교수는 “온도가 다른 조건에서 실시한 두가지 실험이 정확히 같은 노이즈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의혹은 잇따랐고, 과학자들은 쇤의 논문 25편과 그가 공동저자로 올라가 있는 논문 20편에서 수상한 점을 찾아냈다.
벨연구소는 2002년 5월 맬컴 비즐리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사건 조사를 맡겼다. 스탠퍼드대 조사위원회는 4개월간의 검증을 통해 24개의 의심 사례 중 최소한 16개의 부정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벨연구소는 보고서를 받은 날 쇤을 해고했다. <사이언스>는 2002년 10월 쇤의 8개 논문을 취소했다. <네이처>는 2003년 3월 그의 논문 7개를 거둬들였다. 지난해 6월 콘스탄츠대학은 그의 박사학위를 박탈했다.
쇤은 데이터가 부정확한 것은 인정했지만, 분자규모의 트랜지스터는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델프트공과대학과 토머스 왓슨 연구소는 쇤의 방법으로 실험을 계속했지만, 재현에 실패했다.
네이터 실린 4편 기록노트조차 없다?
도쿄대학의 다이라 교수 사건=일본 도쿄대 대학원 공학연구과는 9월13일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화학생명공학)가 발표한 유전자 기능 해석에 관한 논문 4편에 대해 실험 결과를 나타내는 노트와 데이터가 없고,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도쿄대는 4월 일본리보핵산학회의 요청에 따라 그가 98부터 지난해까지 <네이처> 등에 발표한 공저논문 11편에 대해 내부조사를 했다. 일본리보핵산학회는 3월 학회 회원들이 다이라 교수 논문의 재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국내외 전문가 6명에게 검토를 의뢰해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통보받았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도 예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다이라 교수 논문 10편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해 2일 “논문에 부정 행위가 일어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본조사위원회를 가동해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대학조사위→청문회→탄원위 ‘10년 논쟁’
터프츠대학의 이마니시-카리 교수 사건=미국 터프츠 대학의 테레자 이마니시-카리 교수는 86년 생쥐에 유전자를 이식해 항체 생산의 유도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생물학 분야의 최고권위지인 <셀>에 발표했다. 공저자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MIT의 데이비드 볼티모어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마니시-카리 교수의 박사후과정 연구원인 마고트 오툴은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터프츠대학과 MIT에 고발했다. 두 대학의 조사위원회는 이마니시-카리 교수가 부정 행위를 하지 않았으나, 그가 실험에 부주의했던 점은 지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무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88년 이 사건은 존 딩얼 의원에 의해 청문회가 열리면서 다시 불거졌다. 의회의 조사 결과, 이마니시-카리 교수가 대학위원회에 조작된 자료를 보냈다고 결론지었다. 89년 설립된 NIH의 과학진실성사무소(OSI)는 91년 실험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위조됐다고 밝혔다. 이마니시-카리 교수에게는 10년 동안 연방정부 지원금 지원이 금지됐다. 볼티모어는 록펠러대학 총장직을 사임했다. 96년 과학진실성사무소는 미국 보건부의 연구윤리국(ORI)으로 개편되고, 탄원위원회라 불리는 탄원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 탄원위원회는 이마니시-카리 교수 사건을 재검토한 결과 그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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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표지로 반응 증폭 훼손돼도 당사자 확인 15개만 일치하면 친자
DNA분석이란
사람의 세포 속에 있는 46개 염색체는 각각 아주 긴 하나의 연속적 디엔에이(DNA) 분자로 구성돼 있다. 디엔에이 분자에는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이 유전정보 전체를 게놈이라 부른다.
사람의 게놈은 다양한 형태의 유전정보들로 구성돼 있는데, ‘짧은연쇄반복’(STR·Short Tandem Repeat)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은 GATC같은 짧은 단어가 수십 차례 정도 잇따라 나오는 것으로 게놈 상에 골고루 퍼져 있다.
DNA 지문 검사, 또는 DNA 테스트란 DNA가 개개인 사이에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친자확인이나 범죄수사 등에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용되는 게놈 상의 위치를 DNA 표지라고 부른다. 이러한 목적에 사용되는 DNA 표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위에 설명한 STR 표지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된다.
대표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료로부터 DNA를 추출해, 게놈 상에 산재해 있는 특정한 15개의 STR 표지를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해 증폭한다. 이때 중합효소연쇄반응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매우 소량의 DNA, 파손이 심한 DNA, 어느 정도 오염이 된 DNA도 증폭된다. 범죄현장에 흘린 소량의 피로도 조사를 할 수 있다.
만약 일란성 쌍둥이이거나 동일한 사람의 DNA라면 위의 길이 패턴이 서로 완전히 같아야 한다. 친자확인의 경우에는 적어도 15개는 반드시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1개의 STR 마커가 우연히 같을 확률이 10분의 1이라고 하면, 15개 모두가 우연히 같을 확률은 10의 15제곱분의 1이나 된다. 지구상의 어느 두 사람이 우연히 같은 확률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STR 표지는 전인류에 공통한 표지여야 한다. 따라서 실제로 사람과 가까운 원숭이의 DNA까지 테스트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변에 흔한 쥐나 고양이, 개 등은 범죄수사 등에 방해가 되므로 테스트에서 배제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DNA 지문 분석에서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심한 변화는, 원숭이의 DNA보다 더 심하게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까지 변화한다면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쓸 수 없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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