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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16:56 수정 : 2005.12.14 13:57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혜경씨(가명)는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딸아이가 학교급식을 하면서부터 입맛이 많이 달라져 집에서는 전혀 먹지 않던 돈까스나 햄, 소세지 등의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찾게 된 것이다.

혜경씨의 딸 지연이는 어려서부터 아토피 증세가 있어 먹을거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터라 밥에도 항상 현미잡곡을 섞고 신선한 야채, 나물 등에 된장국, 미역국을 주된 식단으로 꾸려왔다. 외식도 자제하고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 화학조미료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삼가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였다. 그런데 아이가 2학년에 올라갈 무렵부터 학교에서 급식을 시작했는데 식단표를 보니 하루에 한가지 씩은 튀긴 음식 내지는 햄, 너겟 류의 인스턴트식품이 들어있었다.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먹는 급식을 우리 아이만 안 먹일 수도 없어 그냥 학교급식을 먹이기 시작했는데 거의 1년 만에 아이의 입맛이 급속도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된장국을 즐겨먹던 아이가 된장국을 잘 먹지 않더니 나물이나 채소 종류보다는 햄,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더 즐겼다. 전에는 찾지 않던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도 가끔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보면서 혜경씨는 학교 급식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학교 급식은 단순히 밥 한 끼를 학교에서 해결한다는 차원이 아닌 올바른 식습관과 우리 고유의 식생활을 익힐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기회이다. 음식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씨앗 하나가 자연으로부터 싹이 나고 자라서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을 거쳤는지, 햇볕과 바람, 흙과 비 등 수많은 생명과 미생물의 도움을 받았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에서 자란 생명과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며, 이것을 가꾸고 키운 분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맛과 이윤을 위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낸 식품을 값이 싸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각종 미네랄 등 영양소가 부족해 건강과 미각을 해칠 뿐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을 조장할 수 있다. 인스턴트식품 대부분이 섬유질이 부족하고 부드러운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키게 된다.

혜경씨는 학교급식이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아이들의 입맛을 바로잡고 우리 체질에 맞는 전통적인 식습관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교급식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나 급식소위원회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라 마음먹는다. 환경정의 다음을지키는사람들 www.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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