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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튼 교수의 역할 진상 뭔가 |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공방과 관련해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16일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사태가 또다른 `진실게임'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의혹을 불러오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줄기세포 연구를 담은 2005년도 사이언스 논문에서 교신 저자로 등재된 제럴드 섀튼 교수의 역할.
섀튼 교수는 자신이 2005년 논문에서 데이터 분석과 논문 감수 등 보조적인 업무만 맡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노 이사장이 16일 주장한 섀튼 교수의 역할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크게 달랐다. 그는 "황 교수를 만나서 얘기를 들은 결과 섀튼 교수가 (2005년도) 논문 대부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는 데이터와 실험 방법론 등을 섀튼에게 보내줬을 뿐"이라며 "(이미 작성된) 초벌 드래프트를 보내 논문 감수를 받는 수준이 아니며 내가 알기로는 섀튼 교수도 정직한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이사장의 말이 맞다면 이번 논문에서 섀튼 교수의 관여도는 그가 지금까지 주장해 왔던 것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진다. 논문 조작이 밝혀질 경우 섀튼 교수는 황 교수와 마찬가지로 엄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황 교수는 섀튼 교수의 주장과 똑같이 논문에서 그의 역할이 `자문역'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섀튼 박사가 지난달 중순 윤리 문제를 들어 결별을 선언한 뒤에도 황 교수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황 교수는 지난달 24일 서울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섀튼 박사는 연구의 흐름을 잘 잡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며 "그가 갖고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도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섀튼 교수의 소속 기관인 미국 피츠버그대는 연구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달 초 공동연구에 대한 6개월간의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섀튼 교수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분간은 섀튼 박사의 입을 통해 직접 `논문 작성'설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13일 2005년 논문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며 직접 사이언스측에 저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교신 저자의 명예만 즐기다 상황이 변하니 급하게 발을 뺀다"는 시각도 많았다.
설대우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는 "만일 섀튼 교수가 (조작 문제)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 그는 현재 받고 있는 10개 이상의 연구비를 모두 반납하고 학계 어디서도 발을 못 붙일 것"이라며 "현지 조사가 매우 빨라지고 있어 조만간 섀튼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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