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6 21:39
수정 : 2005.12.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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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파문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던 긴급 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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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조작’ 파문] 예산 380억 쏟아붓고 감독엔 뒷짐만
지원금 전용…정상저차 건너뛴 의혹
“검증은 과학계 일” 책임 회피도 입길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줄기세포 논문 논란을 두고, 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구의 중요성과 방대한 규모의 정부 지원에 걸맞은 검증과 통제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황 교수 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규모와 절차 등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황 교수팀에는 모두 380억여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됐다. 고능력 젖소 복제생산(1998∼2002년)에 8억원, 광우병 내성 소 개발(2001∼2004년)에 25억원, 생명공학연구동 건립(2004년)에 20억원 등이다. 또 201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150억원을 받게 되는 최고과학자 연구지원기금도 동물복제 및 줄기세포 실용화 연구 명목으로 올해분 30억원이 지원됐다.
이 과정에서 편법 지원도 적지 않았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황 교수를 ‘최고 과학자’로 선정해, 5년간 매년 3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과기부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벌이기로 계획했던 국가특별연구원제도 사업의 10억원을 전용했다. 국가특별연구원 제도는 애초 소장 연구자 지원을 위해 만 33살 이하이거나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지 2년 이내인 연구원 10명을 매년 선정해 1억원씩 지원하는 사업이었으나, 흐지부지됐다. 과기부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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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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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의 연구시설 건립 등을 위한 과학기술진흥기금 265억원 지원 결정도 충분한 검토 없이 급조됐다는 지적이 있다. 애초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과기부 예산요구서에 들어 있지 않았으나, 같은 해 9월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황 교수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포함됐다고 민주노동당은 주장했다.
이런 파격적 지원에 견줘, 정부가 관리·감독에 나선 흔적은 찾기 어렵다. 특히 연구 내용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검증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2년 보건부 산하에 ‘연구정직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을 설치해 연구 부정행위를 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 교수에 대한 검증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인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지난해 <네이처>에서 윤리 문제를 제기했을 때, 철저히 검증을 했으면 이런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에서 윤리 문제가 제기된 뒤 민주노동당은 과기부를 통해 황 교수 연구와 관련한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회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과기부로부터 “황 교수가 줄 수 없다고 하니,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감독기관인 과기부가 황 교수의 말 한마디에 휘둘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말 황 교수 쪽 인사로부터 “황 교수의 논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듣고도 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병준 정책실장과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이 지난달 28일 <문화방송>과 황 교수의 줄기세포 검증 과정에 황 교수 쪽 인사로 참관했던 김형태 변호사를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김 변호사가 ‘황 교수가 약속을 자꾸 미루고 사태를 키우고 있으니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정책실장이 김 변호사를 만난 뒤 진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터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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