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오염사실 인지..대통령엔 보고안해 보고라인 시스템.국책사업 사후관리 논란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에 어떤 형태로 관련됐고, 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 보좌관이 17일 청와대 부대변인을 통해 지난 1월 배아줄기세포 오염사실을 황 교수로부터 보고받은 정부 당국자는 자신이라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보좌관은 황 교수가 "오염사고후 정부당국에 보고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데 대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가 서울대로부터 그런 보고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자 이른바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자신이 보고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에는 황 교수가 언급한 `정부 당국'이 공중에 떠버리고, 따라서 불필요한 오해를 양산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발빠른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사실확인은 새로운 논란을 야기하는 단초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박 보좌관이 이런 사실을 과학기술부가 아닌 황 교수로부터 `직보'를 받았다는 점과,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고 후속대책을 사실상 자기 선에서 마무리지은 대목이다. 비록 박 보좌관이 2004년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로 등재돼 있는 `특수관계'임을 감안하더라도 `박-황 보고라인'은 공식 보고채널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이 먼저 제기될 수 있다. 또 박 보좌관이 수 백억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중대한 국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줄기세포 감염'이라는 대형사고를 접하고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키 어려운 대목이다.특히 박 보좌관이 MBC PD수첩 방영후 논란이 일자 PD수첩팀이 황 교수팀 등을 상대로 취재윤리를 어겨가며 연구성과 조작 의혹을 캐고 있다는 보고를 노 대통령에게 올렸던 `적극성'을 보였던 것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이는 청와대 보고라인의 난맥상을 드러낸 대목으로, 대통령에게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대통령 참모로서의 기본 역할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사후 관리측면 역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박 보좌관은 서울대에 오염방지가 가능한 대체공간을 확보해 줬다며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한 점을 강조했으나, 이 역시 대통령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사후관리가 시스템적으로 작동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와는 별도로 박 보좌관이 1월 배아줄기세포 오염.생존복구 실패→3월 사이언스 논문 신청→5월 사이언스 논문 게재 과정을 계속 추적했느냐는 점도 주목된다. 황 교수의 2005년 논문의 핵심인 줄기세포 6개가 오염돼 생존불가능한 상태임을 알았기 때문에 박 보좌관은 응당 오염방지를 위한 새 시설에서 과연 줄기세포가 다시 만들어졌는지, 이를 토대로 논문이 작성됐는지 등을 점검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다. 이런 `직분'을 다했다면 박 보좌관은 줄기세포 재확립과 논문 제작 등 일련의 과정을 인지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큰 것이 된다. 그는 그러나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접하고 "나도 황당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은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 또한 박 보좌관 책임론에 대해 "연구를 공동 진행한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의 말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박 보좌관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의 국고가 황 교수팀에 지원되는 과정에서 이를 감독, 통제하고 사후 점검하는 자리에 있는 대통령의 참모가 여전히 전반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 온 박 보좌관에 대한 인책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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