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노성일, 김선종 연구원 진술 모두 엇갈려
"황우석 교수가 만들었다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도대체 몇 개일까" 줄기세포 논문의 조작 논란과 관련해 논문의 저자인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 김선종 연구원의 해명이 잇따라 공개됐지만 서로 상반된 진술 탓에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논문에 나오는 11개 줄기세포주의 실제 개수는 이번 `진실게임'에서 가장 말이 엇갈리는 대목. 황 교수는 지난 1월 오염사고로 줄기세포를 모두 잃자 미즈메디 병원에 예비로 남겨놓은 세포주 2개를 가져온 뒤 추가로 세포주 6개를 더 수립해 사이언스측에 논문을 냈다고 밝혔다. 이후 3개의 세포주를 더 수립해 모두 11개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논문을 낸 후 수립했다는 3개의 줄기세포는 아예 허위고 오염사고 이후 추가로 만들었다는 6개의 줄기세포도 너무 빠른 시일 내에 세포주가 수립돼 그 진위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11개 중 9개가 거짓이란 얘기다. 김 연구원의 증언은 또 다르다. 그는 "오염사고 이후 남은 줄기세포 2개와 이후 추가 수립한 6개는 내 눈으로 확인했다"며 "그러나 이후 서울대측에서 추가 확립한 3개는 (자신이)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의 개수에 따른 의혹와 쟁점을 각 경우별로 정리해 본다. ◇ 세포주가 11개 다 진짜라면 = 황 교수는 줄기세포주 11개를 확실히 갖고 있었으나 지난 11월 18일 자체 검사를 해보니 이 중 6개가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와 동일하다며 "누군가가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황 교수측이 줄기세포 수립 후 9개월이 넘도록 세포가 엉뚱한 샘플과 뒤바뀐 것을 몰랐다는 대목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황 교수는 바꿔치기를 알게 됐다는 11월 18일 이후 한달 가까이 이 문제를 전혀 언급하거나 시인하지도 않았다. 당시 PD수첩 취재진이 줄기세포를 자체 검증한 결과 DNA 불일치가 나왔다고 발표하자 황 교수팀은 "검사 결과가 비과학적이라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검증 자체를 부인했을 뿐이다. 줄기세포가 뒤바뀐 것을 알았다면 곧바로 사실을 밝힌 뒤 후속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자체 조사 이후 거의 한달이 넘도록 이를 숨겨오다가 지금에야 이를 `깜짝쇼'처럼 공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 세포주 8개까지 진짜라면 = 김 연구원은 논문을 낼 당시까지 있었던 줄기세포주 8개를 자신이 직접 배양했다며 이들의 존재를 확신해 왔다고 증언했다. 그러면 논문이 나온 뒤 황 교수측이 `추가로' 확립했다는 3개는 실제 존재하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황 교수측의 주장일 뿐 실제 증거가 없다. 이미 황 교수측은 11개 줄기세포 중 6개가 미즈메디 줄기세포주와 뒤바뀐 것 같고 실제 세포주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5개 세포주는 냉동상태에서 해동해 DNA검사를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일주일 가량 지난 뒤면 이들 세포도 진위여부를 확인될 전망이나 황 교수측은 "이들 역시 모두 미즈메디측과 바뀌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쟁이 부상하면서 논문 이후 확립한 3개 줄기세포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노 이사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가 "세계적으로 (논문의) 데이터가 신뢰를 받으려면 10개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있는 8개 줄기세포에다가 황 교수가 욕심으로 가공의 3개를 덧붙였다는 것이다. 황 교수측은 노 이사장의 이런 주장에 아직 반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줄기세포 진짜가 2개 이하라면 = 황 교수측은 올해 1월 오염사고로 미즈메디 병원에 예비로 보관해 온 2번, 3번 세포주를 제외한 초기줄기세포 4개 라인을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 1월부터 2월에 거쳐 다시 6개의 세포주를 다시 확립한 뒤 3월15일 사이언스 측에 논문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2개월 가량의 기간에 만든 이들 세포주가 너무 `속성'으로 탄생했다는 지적이 많다. 줄기세포를 체세포 복제를 해 논문에 낼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드는 데는 통상 4∼5개월이 걸린다. 진위성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줄기세포의 존재를 논문에서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를 스키드마우스라는 면역결핍 쥐에게 주입해 테라토마(양성 종양)가 생기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PD수첩의 취재에 따르면 황 교수는 이 테라토마 실험을 서울대 수의대의 김대용 교수와 생명공학연구원측에서 했다고 했다가 당사자들이 부인하자 `수의대 가건물에서 실험을 했다'며 말을 바꿨다. 하지만 테라토마 실험은 스키드 마우스가 면역이 결핍된 상태인 만큼 무균실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생물공학 전문가들은 황 교수의 이런 발언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초기에 미즈메디측에 맡겨뒀었다는 2번,3번 세포주도 진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PD수첩은 황 교수팀에게서 2번과 3번, 4번, 10번, 11번 모두 5개 라인을 건네받아 자체적으로 DNA 검사를 했다. 대다수 샘플이 판독불가로 나왔지만 2번 라인의결과는 `체세포 기증 환자와 DNA가 완전 불일치'였다. 황 교수측은 이 검증을 "과학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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