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9 14:05
수정 : 2005.12.19 23:08
황우석 교수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조작’이란 말 대신 ‘인위적 실수’라는 말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황 교수는 이런 중대한 오류 때문에 사이언스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교수는 논문의 일부 자료는 조작되었지만, 자신은 줄기세포 복제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연구 자체는 분명히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연구의 핵심인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는 11개가 분명히 존재했으며, 이를 날마다 6명의 연구원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폭탄선언을 통해 “황우석 연구논문의 줄기세포는 없다”고 밝힌 데 대한 황 교수쪽의 반박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뒤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누군가에 의해 서울대 연구실에서 배양해 놓은 체세포 이용 배아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로 바꿔치기 되었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가 이런 주장을 고집할 경우, 황우석 연구에 대한 진위 공방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미즈메디병원에는 황 교수팀이 확립했다는 2,3번 배아줄기세포가 보관돼 있어, 이를 해동시켜 DNA 지문감식 결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결과 황우석 연구에 쓰인, 그나마 실체가 있어 다른 9개 줄기세포 사진의 조작 기초자료가 된 2,3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즉 2,3번 줄기세포가 황 교수팀이 만들어냈다는 체세포 핵이식 배아줄기세포인지, 아니면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인지 드러나는 것이다.
윤현수 한양대 교수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불가능한 일”
황 교수가 16일 기자회견에서 2,3번 줄기세포에 대한 디엔이 지문 분석으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진위를 검증하자는 제안대신, 자신 연구팀의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와 바꿔치기되었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일부 연구자들은 황교수의 시간끌기 작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은 과연 신뢰할 만한 주장일까?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중 1인 윤현수 한양대 교수는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됐다”는 황 교수의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런 의혹은 재검증을 통해 곧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에 대한 좀더 본격적인 검증은 19일 인터넷을 통해서 제기되었다. 황 교수는 서울대 연구실과 미즈메디 병원 연구실을 동시에 출입할 수 있는 연구진에게 의혹이 간다며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주장했지만,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볼펜 바꾸기’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브릭과 함께 이번 황우석 논문 조작을 밝혀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과학기술인연합(
www.scieng.net)에 ‘줄기세포 바꿔치기가 가능한지’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아래는 scieng.net에 nanobioman이 ‘김선종 김선종 ...’이란 제목으로 19일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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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김선종이 여덟개의 줄기세포주를 체세포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답변:
step 1. 황교수팀에서 보관중인 줄기세포주의 정확한 재고 및 위치 파악. 몇번 몇번이 어디에 있으며 그것들의 양, 앰플 개수, 세포량, 자란 상태, 앰플이나 배양접시 위에 붙어있을 라벨의 글씨체나 색깔 등 모든 것을 파악. 한개라도 누락이 있으면 새됨.
step 2. 황교수 연구실 '핵심의 방' 출입카드를 훔치거나 위조. 훔치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RFID이든 마그네틱이든 위조하기는 참 곤란함.
step 3. 미즈메디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여덟개를 빼내서 해동하고 배양함. 황교수팀 재고 상황에 똑같이 앰플과 배양접시 등을 정확하게 맞추고 라벨을 정밀히 위조.
step 4. 국정원 아저씨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는 황교수 연구실에 실험자가 아무도 없는 시간에 잠입. 액체질소 챔버를 열고 시료들을 꺼내고 준비해 간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로 감쪽같이 교체. 단, 이때 가지고 간 수정란 줄기세포가 가다가 죽으면 안되므로 냉장용기에 드라이아이스를 채우고 조심스럽게 운반해야 함. 인큐베이터 안에도 시료가 있다면 실험자 모르게 배양접시를 바꿔치기. 이때 배양접시의 위치나, 배양중인 세포 덩어리의 분포!까지 일치해야함. 세포 배양중인 실험자는 자기 자식과도 같은 세포들이 자라는 모양을 금방 알아보니까.
step 5. 미즈메디 연구소로 돌아와서 황교수팀에서 훔쳐온 세포주들과, 미즈메디에서 키우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들을 완벽하게 제거하여 증거를 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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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는 자신의 체세포 이용 배아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와 바꿔치기되었다며,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왔다. 하지만 황 교수가 원천기술이라고 자랑하는 체세포 이용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한 건도 구체적 디엔에이 지문분석을 통해 확인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되었다는 황 교수의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 의문점을 갖는다.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이득을 보고자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을까? 삼엄한 국가기관의 감시 아래 있는 줄기세포연구실에서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이런 점에서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곧 발표될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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