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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황우석 교수팀 조사 이틀째인 19일 서울대 수의대 연구동에서 황우석 교수(오른쪽)가 보안관계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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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줄기세포 모든 상태 꿰뚫어야 가능”
노성일씨 “수정란 황교수가 요청해서 가져가”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16일 “체세포 핵이식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지만 배양 첫 단계에서 누군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로 바꿔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줄기세포의 위치, 자란 상태 등 모두 알아야 가능=황 교수로부터 바꿔치기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김선종 연구원은 18일 “서울대 소속 연구원 2명에게서 세포 덩어리를 넘겨받아 줄기세포주로 배양했다”며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해서 나에게 돌아올 이익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대 연구실 출입증이 없어 들어갈 때는 항상 수의대 연구원들과 동행했다”고 말했다.
생명과학자들은 바꿔치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과학자는 “바꿔치기를 하려면 황 교수팀에서 보관 중인 줄기세포주의 위치, 재고, 양, 앰풀 개수, 자란 상태, 세포량 등을 모두 정확히 외우고 있어야 가능하다”며 “정황상 외부 연구원이 이를 모두 알고 바꿔치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로 감쪽같이 교체하려면, 이를 냉장용기에 드라이아이스 등을 채워 죽이지 않도록 옮겨야 한다. 인큐베이터에서 바꿔치기하려면, 배양 접시의 위치, 배양 중인 세포 덩어리의 분포까지도 정확히 외워서 바꿔치기한 뒤 표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기에 바뀌었다면 디엔에이 검사 이상 나와야=황 교수팀은 초기 단계에서 바꿔치기 당한 것 같다고 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디엔에이 지문 검사를 맡겼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김 연구원은 “초기에 줄기세포 바꿔치기가 이뤄졌다면, 국과수에 맡긴 디엔에이 검사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말했다. 초기 단계에서 이미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면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지문이 일치할 수 없다.
검사를 할 당시 수의대에서 줄기세포와 체세포를 각각 김 연구원에게 건넨 것이 아니라 두개 모두 체세포 덩어리만 건넸다면 디엔에이 지문 일치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다면 데이터가 완전 조작됐다는 뜻이다.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1번은 수의대 실험실에 공식 인도=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19일 밝힌 내용도 황 교수팀의 바꿔치기 주장이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노 이사장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1번이 지난해 7월,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황 교수팀에게 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가 요청해서 가져갔으며, 공식적인 각서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가 수의대 실험실에도 있으므로, 굳이 꼭 양쪽 실험실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만이 바꿔치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즈메디병원은 지금까지 수정란 줄기세포 1, 4, 6번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을 통해 국내 60여개 연구소에 보급한 바 있다. 이 줄기세포가 수의대 연구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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