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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0 18:14 수정 : 2005.12.21 13:57

올해 초 공포된 악취방지법 시행이 코 앞에 다가 왔다. 이 법은 ‘악취’를 일반 대기오염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그동안 공업단지와 축산 농가지역 주변에서는 악취를 내는 사업장과 지역 주민 사이에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대기오염물질은 오염물질과 오염원을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규제를 할 수 있지만, 악취는 좁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금방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관리하기 쉽지 않았다.

우리는 악취를 ‘주관적인 기분상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악취방지법에서도 “악취는 자극성이 있는 기체상태의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라고 정의했다. 악취물질이 감정에만 영향을 주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악취가 단순히 기분 나쁜 냄새가 아니라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규모 동물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악취를 맡는 사람들은 천식이나 인후염과 같은 호흡기질환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통, 근육통 등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농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특히 동물의 배설물 냄새를 자주 맡으면 스트레스가 심해져 정신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신경조직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악취는 암모니아, 염소, 포르말린처럼 악취 자체에 독성이 있어서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독성이 없는 고약한 냄새가 스트레스를 일으켜 정신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썩은 계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가 내뿜는 악취는 각종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이전에 악취를 맡았을 때 알레르기 증상이 있었다면, 나중에 냄새를 다시 맡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코를 막고 잠시 피하거나 익숙해지면 그만인 불쾌한 존재로 악취를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악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악취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중서부의 한 농장에서는 폐기물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 가스 유출을 폴리에틸렌 덮개로 막고 있다. 또 바이오필터를 이용해 농장에서 나오는 냄새를 차단하는 기술을 사용중이다. 우리나라의 악취방지법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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