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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2 23:16 수정 : 2005.12.22 23:16

`줄기세포 없다' `원천기술은 배반포 단계 국한' 자인한 셈

황우석 교수팀은 22일 검찰에 제출한 '바꿔치기' 수사요청서에서 김선종 연구원을 첫번째 범인으로 지목했다.

바꿔치기가 김선종 연구원과 그 배후 인물들의 공모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서울대 연구소와 미즈메디병원 실험실에 접근이 허용된 경우에만 가능한 김선종 연구원이나 또 다른 인물이 바꿔치기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범죄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선종 연구원이 마땅히 바꿔치기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황 교수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황 교수팀은 수사요청서에서 그동안 논란이 분분하던 줄기세포의 존재여부와 그 실체가 불분명하던 '원천 기술'이 어떤 것인지를 은연중에 공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DNA검사를 통해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 별도로 조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줄기세포는 없다고 고백한 셈이다.

한마디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으며, 원천 기술이라는 것도 '젓가락 기술'로 체세포의 핵을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배반포 단계의 복제배아를 만드는 것까지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다.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다"...`천기' 누설 ?

황 교수의 변호인인 한백합동법률사무소 문형식 변호사는 이날 "2004년 9,10월 처음 만들어진 2, 3번 줄기세포는 애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1월9일 심각한 오염사고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냉동처리해 지금도 죽지 않고 서울대 연구실에 보관돼 있으며, 아직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6일 황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2, 3번 뿐 아니라 이후 추가로 수립한 줄기세포 4개 등 6개 줄기세포가 모두 곰팡이 오염사고로 훼손됐다고 밝힌 대목과 다르다.

황 교수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미즈메디병원에 분양해 냉동보관중이던 2, 3번 줄기세포를 회수하고 이후 추가로 새롭게 6개의 줄기세포를 확립해 모두 8개의 줄기세포를 토대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변호사에 따르면 하지만 애초 만들어 냉동보관하고 있던 2, 3번 줄기세포를 해동해 11월 중순께 DNA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두개의 줄기세포 역시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확인됐다.

제일 처음 만든 2, 3번 줄기세포 조차 애초부터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였다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 바꿔치기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황 교수팀은 주장한다.

그러나 황 교수팀의 이런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처음부터 맞춤형 줄기세포가 단 한개도 없었다면 대체 무엇을 가지고 2005년 사이언스에 11개의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며 논문을 제출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황 교수팀은 사이언스 논문에서 최소한 2, 3, 4번 줄기세포는 DNA검사는 물론 테라토마 검사까지 거쳐 환자의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DNA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이들 세포가 생체내 분화능력을 갖고 있는 진짜 줄기세포라고 말해왔다.

논문 제출 당시부터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였다면 이런 결과는 처음부터 나오지도 않았을 테고, 결국 거짓으로 논문을 작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수사요청서는 황 교수팀이 엄청난 논문 조작 행위를 저질렀다고 자인한 것이자 극단적으로는 `처음부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천기를 스스로 누설한 셈이다.

◇줄기세포가 확립 초기에 바뀌었는데, PD수첩 검사에선 왜 확인 안됐나

이 부분도 큰 의문이다.

황 교수 주장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이미 수립한 줄기세포가 환자 맞춤형 줄기 세포라는 점을 완벽하게 자신해 5개의 줄기세포(2,3,4,10,11번)와 환자의 체세포를 11월12일 DNA검사를 요구하는 PD수첩에 넘겼다.

PD수첩측의 검사결과는 2번은 논문의 환자 체세포 DNA지문과 완전 불일치, 4번은 일부 불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적어도 2번은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도 아니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황 교수팀의 주장대로 애초부터 2, 3번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였다면 PD수첩 검사결과에서도 당연히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나와야 정상이다.

PD수첩에 따르면 황 교수로부터 받은 줄기세포(2,3,4,10,11번)의 DNA지문을 미 즈메디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1번에서 15번 까지의 15개 수정란 줄기세포의 DNA지문 과 일일이 대조, 비교해 본 결과, 서로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황 교수팀은 검증을 위해 PD수첩에 줄기세포 5개를 건넬 때 전혀 엉뚱한 줄기세포를 주었다는 말이 된다.

이는 황 교수팀이 계약서까지 써놓고는 PD수첩을 속였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PD수첩 관계자는 "당시 황 교수팀에게 받은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는 분명히 아니었으며, 배아줄기세포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대체 황 교수팀은 어디에서 어떤 줄기세포를 구해 PD수첩에 건넸는지 의문이다.

◇원천 기술은 배반포 단계 복제배아 만드는 것?

황 교수팀은 수사요청서에서 제공된 난자에서 핵을 추출하고, 환자 체세포를 이식한 후 배반포를 형성하는 과정까지만 서울대 연구실에서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의 복제 배반포로부터 내부 세포덩어리를 분리해 이를 줄기세포 배양용기에 심는 작업, 즉 줄기세포를 계대배양(세포의 일부를 떼어내 새로운 배양접시에 옮겨 대를 이어 자라도록 세포를 키우는 것)해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일은 김선종 연구원 등 미즈메디병원 연구팀이 담당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은 특유의 '젓가락 기술'로 난자의 핵을 빼내고 여기에 체세포 핵을 주입하는 일만 했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 단계를 '원천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황 교수팀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연구성과로 내세운 것은 인체내 어느 조직이나 세포로 분화 가능하며, 면역 거부반응도 없는, 말 그대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무려 11개나 확립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용한 난자 185개밖에 안돼 줄기세포 확립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상업화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자랑했었다.

황 교수팀이 수사요청서에서 주장하는 배반포 복제배아를 만드는 기술도 물론 상당히 어렵고 힘든 기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맞춤형 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게 생명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배양 첫 단계인 제1계대에서는 줄기세포로 자랄지 아니면 중간에 죽을 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기이며 따라서 진짜 줄기세포라고 부르지 않는다.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적어도 3개월 정도, 즉 6주(6계대)에서 8주(8계대) 정도 계속 살아 남아야 완전한 줄기세포라고 일컬을 수 있다고 생명과학자들은 말한다.

결론적으로 황 교수팀, 정확하게 말해서는 서울대 연구팀은 배반포 단계까지 세포를 키우는 것을 두고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김선종 바꿔치기 동기 불분명.."부귀영화를 얻는 것도 아닌데..." 황 교수팀은 김선종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에 있는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연구실로 가지고 와서 황 교수팀이 만든 복제배반포 단계의 세포 덩어리에다 끼워넣어 배양하는 수법으로 마치 환자 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2004년 9월과 10월에 수립한 2, 3번 줄기세포뿐 아니라 이후 만든 4, 8, 10, 11번 줄기세포들을 모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의 주장대로 김선종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다면 왜 그렇게 했을까.

김선종 연구원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부족한 저를 많이 이끌어준 황 교수를 지금도 존경한다"며 "확실한 것은 저나 황 교수나 정상적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확립했고 배양했고, 매일 아침 관찰했기 때문에 줄기세포의 진위여부를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선종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그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확립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황 교수가) 저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저희 병원(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거기(서울대 연구실) 갖고가 저에게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다. 부귀영화를 얻는 것도 아니다. 저는 단지 열심히 해야된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꿔치기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게 김선종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단지 미즈메디병원을 대표해서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그는 서울대 연구실을 마음대로 출입도 못했다. "ID카드가 없어 항상 서울대 연구 선생들과 같이 다니게 돼 있으며, 자신이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서울대 연구원들이 같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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