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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3 14:06 수정 : 2005.12.23 14:58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해 온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고의적 조작'이 있었다고 밝힌 것은 과학계의 자정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논문 조작'을 골자로 한 이번 발표로 인해 국내 과학계와 서울대의 이미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됐고 치명상을 입은 황 교수도 학자로서 향후 활동 재개가 어렵게 됐다.

◇ 의미와 파장 = 조사위에 참여한 서울대와 한국 과학계는 이번 중간발표를 통해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의 의지를 과시하고 이번 난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구 데이터의 진실성이 과학을 떠받치는 기반임을 상기할 때, 이와 같은 잘못은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국내외에 파장을 몰고올 만한 국내 과학계의 연구조작 등에 대해 자체 검증과정 등을 통해 자정에 적극 나설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이와 별도로 황 교수팀의 고의적 데이터 조작이 학교 차원에서 공식 확인됨으로써 한국 과학계와 서울대는 대외 신인도 추락이라는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조작 의혹 제기가 MBC `PD수첩'과 네티즌 등 과학계 외부에 의해 이뤄졌고 교수사회 등 기성 과학계는 사태가 커질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학계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번 발표로 황 교수는 학자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결정타를 맞은 셈이 됐다.


난자 기증 과정의 윤리준칙 위반에 대해 황 교수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지난달 말 드러난데 이어 이번에 논문에 인용된 데이터의 조작까지 공개된 것은 황 교수에게는 `학문적 사형선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논문 조작에 책임이 있는 연구자가 예외 없이 직장과 학계에서 퇴출당했던 세계 과학계의 전례를 비춰볼 때 황 교수는 자진 사임이나 징계위원회 소집 등 절차를 거쳐 서울대 교수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지금 드러난 논문 데이터 조작 사실만으로도 황 교수는 중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황 교수가 설사 교수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뢰성 상실로 인해 예전처럼 대규모 연구비를 따내거나 국내외 유명 과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 동안 황 교수는 `인위적 실수'라는 모호한 표현을 내세워 논문 조작 주체나 자신의 연루 여부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노 연구처장은 논문 제출 당시 제시됐던 11개 줄기세포 중 데이터 자료가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2개뿐임을 들어 "정황상 황 교수가 조작 사실을 알았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연구원들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하고 황 교수 자신도 이를 일부 시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는 "동료 생명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조작' 판단의 결정적인 근거는 2개 줄기세포에 대한 실험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진짜로 실험을 했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경우는 사진 중복이 단초가 돼 문제가 드러났지만 전반적으로 생물학 연구는 데이터를 조작할 경우 물리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진위 판단이 어렵다"며 "그 동안 학계의 책임도 크지만 지금이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남은 과제 = 아직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밝혀내야 할 과제는 적지않이 남아 있다.

우선 논문의 조작 범위와 황 교수의 지시 및 묵인 여부를 가려내는 작업이 급선무이다. 황 교수의 `원천기술 보유' 주장의 진위 및 과장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이런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발표는 22일 외부기관에 의뢰한 DNA 핑거프린팅(DNA 지문분석) 등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으나 다음달 중으로 과학적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한 최종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황 교수의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려면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위원회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김선종 피츠버그대 연구원 등 일부 핵심 관계자와 협력 연구팀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조사위가 이번 중간발표에서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누군가의 음모로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는 황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일단 판단을 유보키로 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보더라도 `원천기술 보유'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고 `바꿔치기' 주장은 황 교수의 자작극이거나 착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황 교수가 `대반전'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과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사태로 대외 신인도 추락 등 엄청난 손실을 입은 국내 과학계와 교수 사회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연구 윤리, 연구비 관리, 자정 및 검증 체제 등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반성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책무를 안게 됐다.

임화섭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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