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3 15:39
수정 : 2005.12.23 23:58
|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이 23일 오전 서울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2005년 논문이 “고의적으로 조작됐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서울대는 못믿어도 노정혜 선생님은 믿을 수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진실성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올 때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소리마당에서 젊은 생명과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말이다. 노정혜(48) 서울대 연구처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묻어나는 표현이다.
당시는 서울대가 재검증에 나설지 말지 미적거리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을 때였다. 서울대가 지난 11일 재검증을 전격 결정하고 조사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난 뒤 지난 1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 연구처장은 황 교수 사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나타내 젊은 생명과학연구자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
황우석 교수 재검증 관련 기자회견 황우석 교수 줄기 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이 12일 오전 서울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노 연구처장은 이 자리에서 "황우석 교수가 직접 허위라고 시인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조사위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잘못이 있다면 어디에서 누가 왜 잘못했는지 밝히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예비조사에서 아니라고 밝혀진다면 본조사를 안 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황 교수가) 아무 잘못도 안했다면 예비조사 자체가 본조사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적다"고 황 교수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었다. 서울대 조사위는 마치 특검수사를 하듯이 서울대 수의대를 폐쇄하고 관련자들을 잇따라 불러 강도높게 조사를 진행했고, 마침내 논문이 고의적 조작에 의해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노 연구처장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 하지만 노 연구처장은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생들에게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 성실하게 지도하는 교수로 이름이 나있다.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미덕을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대 미생물학과 75학번이다. 1979년 자연대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대에서 1984년 분자미생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귀국 뒤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수로 임명돼 당시 여교수가 드물었던 자연과학대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있으며, 과학기술부 여성과학기술정책 자문위원을 지냈다.
서울대 연구처장은 2004년부터 맡고 있다. 서울대가 학생처장 등 본부 주요 보직에 여성 교수를 임명한 것은 설립 후 58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과학기술우수 논문상과 로레알 여성생명과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21세기 과학의 포커스' 등이 있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